[데스크 칼럼] 적폐청산
김응삼(서울취재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적폐청산
김응삼(서울취재부 부국장)
  • 김응삼
  • 승인 2018.01.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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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지난해 대한민국은 ‘장미대선’과 ‘적폐청산 수사’ 등으로 어느 때보다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적폐청산’은 지금도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 부처들마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전임 정권 잘못 찾기에 여념없었다. 이같은 전방위적 적폐청산에 대해 여권 일부에서도 피로감을 서서히 느끼면서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한 ‘속도 조절론’이 일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적폐청산 주요 수사를 연내 끝내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수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어 새해들어 6선의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과 정세균 국회의장이 연달아 적폐청산과 관련한 속도 조절론을 언급했다. 문 의원은 새해 첫날 한 라디오에 출연, “반드시 적폐청산이 돼야 한다”면서도 “인적청산에만 급급하고 제도적 보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면 개혁과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된다. 이를 유념하면서 혁신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인적청산에만 급급하고 제도청산에는 느슨하게 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2일 국회사무처 시무식에서 “적폐청산을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서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조용하게 하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잘못된 것을 없애고 올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적폐청산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좀 더 미래 지향적인 의미다. 단순히 사특한 것을 없애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것을 세운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적폐청산 작업과 관련해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에게 ‘독립운동 36년째라 피로감이 있으니 이제 일본 제국주의를 승인하자!’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친일세력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적폐청산의 피로감’이라고 쓰고, ‘적폐세력의 필요함’이라고 읽는다”라고 꼬집었다. 여권 내 중진의원들이 적폐청산 필요성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보완 등을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 대표를 비롯한 당내에서는 인적청산 등을 포함한 적폐청산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가 여전히 강해 새해에도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적폐’는 사회 각 분야에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그 폐단을 먹이삼아 정치권과 관료사회는 온갖 특권을 누려 왔다. 이제 적폐청산 작업은 적폐 근절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로 발전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과감한 자정,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적폐청산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도구화하면 그 동력을 잃게 된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과거청산이 목표인 적폐청산이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어떤 적폐청산의 방법론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효율적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응삼(서울취재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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