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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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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7  22: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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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65)

양지는 전화를 끊어놓고 냉수 한 컵을 벌컥벌컥 마셨다. 실망하고 걸어 나갔을 어린 용재의 뒷모습이 가슴 싸하게 아렸다. 귀남이는 또 왜 하필 명자네로 가서 그들에게 안보여야 될 꼴을 보여야 하는지 그것도 더 속이 상했다.

양지와 호남이 명자가 있는 기철의 집에 도착하자 귀남은 그새 멀쩡하게 앉아서 후식으로 나온 다과를 먹고 있었다. 겁에 질린 아이처럼 고개 숙이며 웅크리는 귀남을 찍어보며 호남이 버티고 섰다. 여차하면 발로 차거나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어깨까지 들썩거리는 것을 양지가 막아서며 귀남을 가렸다.

“모두 나가고 나 혼자 있으니까 이제 좀 안정이 됐다. 밥도 멕이고 많이 달랬더니 어릴 때 나랑 놀았던 일도 조금씩 기억나는 갑더라. 우선 자리에 앉아.”

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귀남을 노려보고 서 있는 두 자매를 명자가 억지로 소파에다 밀어 앉혔다.

“간호사들이 부지런히 드나들며 준비 하는 걸 보니, 너무 무서웠어.”

자라목처럼 어깨 속으로 턱을 밀어 넣으면서 귀남은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냈다. 얄미워서 머리통이라도 쥐어박고 싶은 심정으로 씨근덕거리면서 호남이 화통을 터뜨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하던지. 이게 뭐꼬, 얼나도 아니고.”

남의 집이라는 이목을 상기시키며 양지가 호남을 제지하자 어서 가, 하면서 호남이가 귀남의 팔을 잡아끌었다. 양지와 호남이 마실 것을 가지고 나오던 명자가 귀남에게서 호남을 분리시키며 주스와 과일이 놓인 쟁반을 탁자에 놓았다. 그리고는 인사치레로 자리에 앉은 양지와 호남의 무거운 기색 속으로 눈치 없이 끼어들며 알은체를 시작했다.

“말 들어보니 대단히 큰일이던데 얼마나 무섭겠니. 말이 쉽지 저를 죽은 사람처럼 잠 재워놓고 내장을 꺼내 간다고 생각해봐. 나는 충치 하나 치료하러 병원에 가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제 몸을 칼로 죽 짼다고 생각해봐. 더구나 정상도 아닌데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얘만 쥐 잡듯이 너무 족치지 마라. 그래도 자주 온 집도 아닌데 잘 기억해서 찾아온 게 얼마나 다행이냐. 또 발작 일으킬지 모르니까 겁도 너무 주지 말고.”

“우리들 아무 소리도 안하고 있어 지금.”

시무룩해 있는 양지를 대신해서 호남이 따끔 말대답을 했다.

“근데 이건 너희들 오기 전에 내내 생각했는데, 용남이 살리는 것도 좋지만 너들은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야?”

“우리가 어떻게 사는데?”

역시 호남이가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제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겠다는 당당하고 강한 힘이 실려 있다.

“뭐 너희들 비난하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고, 언니 동생하면서 잘 지내던 사이니까 하는 말인데 셋 다 아무래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내 눈에 그렇게 보이면 남들 눈에도 그렇지. 너희 엄마 아버지를 잘 아는 이웃 사람들, 친구들 친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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