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 경남일보
  • 승인 2018.01.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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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디카시-부부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부부

푸른 날들을 지나

하얀 세월에 닿을 동안
맵싸한 일들 수두룩해도
달큰하게 익어갈 줄 아는
당신과 당신


-권현숙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이라는 말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란 뜻으로, 아주 늙을 때까지 산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식에서 자주 듣게 된다. 마당 한켠, 둥근 아버지와 둥근 어머니가 ‘당신과 당신’으로 마주앉아 계신다. 서로 오가는 말이 없어도 당신과 당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나! 부부는 서로가 똑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저 뽑혀 누인 파처럼 맵싸하고 달큰함이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

흩어져 살아내고 있는 자식들 생각하며 새벽부터 분주했을 당신과 당신. 잘해주지 못한 것만 기억하며 먹먹해지는 마음을 다스리시느라 눈가를 몇 번이고 훔쳤을 게 뻔하다. ‘잘 받았다’는 자식들 목소리에 파꽃처럼 환한 미소를 던져주실 아버지가 다음날, 자전거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나가실 것 같다. 기우뚱기우뚱 페달을 힘껏 밟으시고. /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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