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금기
최봉억 김해계동초등학교 교감
인생의 황금기
최봉억 김해계동초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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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봉억

긴 겨울 밤 정감 넘치는 화톳불에 둘러앉아 ‘인생의 황금기가 언제냐’를 두고 얘기꽃을 피우던 때가 있었다. 재미로 하는 얘기인지라 의견이 분분했지만 의견이 남녀로 딱 나눠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남성들은 대체로 그 시기가 이십대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무래도 혈기 왕성하여 겁 없이 무엇이든 도전하던 시기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뜨겁게 연애를 했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기라는 것이다. 그에 대한 표현과 묘사도 다양했지만 ‘총각’이라는 한 낱말로 축약해도 충분할 것 같다.

반면 여성의 의견은 달랐다. 젊고 아름답다는 것에서 부터 세상의 모든 수사를 다 붙여도 이십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기가 모자란다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 여성에게는 이 시기가 황금기이리라. 정작 그들은 대체로 ‘놉!(Nope)’이라고 한단다. 그때는 예쁘고 발랄한 시기이지만 뭔가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고 한다.

함께 한 오십대 여성은 말했다, 그들 인생의 황금기기는 지금인 것 같다고. 이십대에는 학창기를 지나 취업을 했고 가장 화려한 로맨스는 잠시 꿈처럼 지나가버렸으며, 결혼하고, 애기 낳고, 집안 살림 돌보며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면 정신없이 흘러갔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장성해 대학이며 군대며 직장으로 떠나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니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야 겨우 옆도 보이고 뒤도 보이며 어느 새 착 달라붙은 러브핸들(옆구리살)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차려 줄 식구도 없는 저녁 시간에는 헬스장이나 취미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주말과 휴가 때는 남편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는 지금 오십대가 인생의 가장 황금기라는 것이다.

파우스트가 악마와의 계약으로부터 얻은 젊음과 사랑이 마냥 좋기만 했을까. 풍족하고 안정적인 노년이라고 해서 완전한 만족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괴테가 인간의 삶에 대한 일생 동안의 성찰을 투영시킨 이 작품에서는 ‘매일 정복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라는 알고 보면 지극히 소박한 결론을 전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 이 순간’을 은유하는 것 같다.

“야~야이야 내 나이가 어때서~” 한동안 유행하던 대중가요 중 일부이다. 요즘 경로당 풍경이 칠십대도 연세가 더 많은 어르신들께 물심부름하는 시대라고 하는데 ‘그래, 내 나이이가 어때서’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매일 매일을 잘 정복해 사는 그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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