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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가입지원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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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2  16: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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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대학교 때 들었던 과목 중에 직업과 진로개발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이 되면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매주 다양한 분야의 강사가 와서 각각 다른 주제를 갖고 수업을 하곤 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자기소개서 쓰기였다. 자기소개서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역량화시켜 내가 지원한 곳과 부합되는 가치와 철학을 찾아내는 일종의 글짓기였다. 이 때문에 과제를 받은 2주의 기간 동안 밤을 지새가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남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에 골머리를 앓겠지만 요즘에는 그 대상이 청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전직, 이직을 할 때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은 갱신된다. 그렇다고 정년퇴직이 되었다고 해서 구직활동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년의 취업욕구는 90%에 육박하고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기대연령도 71.1세에 달한다.

며칠 전 뉴스에서 일본 정부는 노인연령기준을 기존 65세에서 70세까지 상향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학의 발전으로 노화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과거의 고령자보다 생물학적으로 5~10년 정도 젊어졌기 때문에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는 기존 방식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또한 공영방송의 교양프로그램에서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오고 있으니 평생 2개 이상의 직업을 준비해야한다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바야흐로 평생 구직활동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듯 기대수명의 증가로 은퇴자들도 직장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하고 싶은 이는 많지만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 중에 ‘기승전치킨집’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은퇴 후에는 할 것이 없어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매일 3000여 명이 창업하고 2000여 명이 폐업한다고 한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일의 가치는 단순히 경제적인 데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노년으로 갈수록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 삶의 만족과도 관련되어있다. 건강이라는 행운을 얻는 사람들에겐 은퇴 후 40년 이상의 긴 여생이 남아있다. 재취업도 중요하지만 장년들을 위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도 함께 마련되었으면 한다.

 

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가입지원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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