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영어교육은 필요할까?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영어교육은 필요할까?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3 15: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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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연말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동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초등학교 교육에 맞추어 학습중심으로 운영한 병폐를 막겠다는 뜻과 같다. 그런데 이러한 발표가 나오자마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았고 청와대에 직접 민원을 올리는 글도 많았다. 게다가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난색을 표명하였다. 결국, 교육부는 2018년 1월 중순에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 때 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교육을 혁신하겠다고 공언한 교육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적어도 세 가지 실수를 범하였다.

첫째, 교육부는 정책을 발표함에 있어서 성급함을 보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해롭다. 교육부에서 발표하고자 한 것은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른 유아교육 혁신방안이었는데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가 부각되어 오해와 반감을 야기한 측면이 강하다. 교육부의 성급함 때문에 유아교육 혁신에 대한 동력마저 사라질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둘째, 교육부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발표할 때 학부모의 관점을 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학부모들도 외국어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빨리 더 쉽게 배운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을 금지하는 정책이 싫었을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비싼 영어학원이나 영어유치원에 보낼지도 걱정했을 것이다.

셋째, 교육부는 이러한 조치를 발표할 때 아마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아동들이 영어 학습 때문에 고통 받는다면 동시에 유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이 누구이며 그 수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했어야 했다. 예상컨대,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강사가 수천 명 이상이며 이들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영어강사 자격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직장을 잃을까 두려웠을 것이다.

교육부는 조기 영어교육을 금지하기보다는 차라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영어교육이 반드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설득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모든 언어를 자유롭게 통역할 수 있는 기기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불어와 영어를 자동으로 통역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영화를 7개 국어로 자동 통역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5년 이내에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도 영어와 한국어를 자동으로 통역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지금 유아들이 고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자동으로 통역해주는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영어로 된 문서를 매우 짧은 시간에 한글로 번역해줄 것이고, 한국어로 말하면 곧바로 영어로 통역해 줄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말하면 외국인은 영어로 듣게 될 것이고, 거꾸로 외국인이 영어로 말하면 우리는 한국어로 듣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아마도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영어를 지금처럼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수능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의 제2 외국어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도 많이 등장할 것이다. 마침내 학교에서 영어를 꼭 배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던질 것이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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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8-01-24 12:58:50
4차산업 김정섭 교수님 4차산업 ? 그럼 공인회계사, 뱅커 등등 프로그램이나 법쪽도 강의도 다
프로그램 개발된다면 아마도 학교도 없어 질것을 왜> 지금은 교육을 할까요. .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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