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연재소설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69)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24  00:03:1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69)

너무 단호한 호남의 결말에 양지도 귀남이도 그러면 그렇지 하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입을 다물고 차에 올랐다. 병원에서 도망친 귀남의 행동을 더 이상 따지지 않는 호남의 삼박한 결론에 분위기도 한결 가벼워졌다. 양지는 우리가 어지간히 호남의 눈치를 보고 사는구나 싶었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양지는 군입을 다시듯이 말했다.

“병원에 전화라도 해얄 거 아이가?”

“아까 했지. 어차피 작은 언니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미루는 수 밖에 없다고 의사도 그랬어.”

모처럼 얻어진 자매들만의 귀한 시간이다. 어머니의 산소에 안가겠다는 귀남의 말도 그의 정신적 변화를 드러내는 것이니 양지는 좋은 쪽으로 해석의 가닥을 잡았다.

처음 귀국했을 때 얼마간 귀남은 날마다 어머니의 산소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걱정이 돼서 찾아가면 울어서 퉁퉁 부어있거나 땅을 헤집으며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봉분의 한 귀퉁이가 해져 있어서 다독거려 놓아야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리움의 물꼬가 마르고 나자 그녀는 냉담하게 어머니를 부정하며 저 자신의 한과 결부시켜 ‘구워먹던지 삶아먹던지 하지 제 자식을 남 준 어미’에 대한 원망으로 지금은 발길을 끊어버린 상태였는데 역시 그 반감은 아직 살아있는 한으로 증명되었다.

방만한 수량으로 물속에 잠긴 진양호 물기슭으로 난 길을 따라 차는 달린다. 처음 한 때는 고속도로가 뚫린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나 다목적 댐 진양호를 에워 도는 경관 아름다운 일주도로가 지금의 제 역할이다. 한 쪽은 야산을 끼고 한 쪽은 싱그러운 호수의 경관을 조망하게 되어있는 도로는 쾌적한 드라이브코스로 사랑받는 길이기도 했다. 댐을 관리하는 일주도로이지만 쾌주의 마라톤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한다. 국가사업에 동참하다는 대명제에 눌려 착한 국민이 된 실향민들은 산지사방으로 새 터전을 잡아 떠났고 마을이 있던 곳곳에는 ‘망향비’라 각자된 애곡어린 석물이 서서 귀향 객을 맞이한다. 지리산 ‘천왕샘’이 근원인 덕천강과, 시원이 덕유산 ‘참샘’인 경호강이 너우니에서 만났는데 두 물머리를 막아서 남한 최대의 다목적댐이 만들어지며, 홍수가 나면 쓸려가서 못쓰게 되는 강변 땅을 옥토로 만들 것이라고 했던 곳이다. 호남이와 귀남이는 진양호의 호반 풍경과 여러 가지 정보를 화제 삼고 있지만 어머니 혼자 사경을 헤맨 곳이고 자신의 영혼에다 얼룩밖에 남긴 것 없는 곳이라 지금 양지의 심정은 얄궂게 가라앉은 상태다.

차를 세워놓고 걸으며 사라진 마을과 들판이며 지형지물을 더듬어 가다 고향마을 가까이 이르자 생각지도 않은 귀중품이라도 발견 한 듯 귀남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

“어 저기는 그대로 있네?”

대부분 파헤쳐지고 메워져서 옛날 지형이 거의 없이 바뀌었기 때문에 양지와 호남이도 서먹해지던 참이었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