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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영전과 좌천, 그 한 끗의 차이
정승재(객원논설위원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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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5  10: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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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라 인사이동 시즌이다. 승진이나 같은 단계라도 좋은 자리, 이른바 ‘꽃보직’을 꿰차면 영전으로 여긴다. 짧은 시간이나마 기분이 좀 우쭐해 질 것이다. 인사권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다지는 계기도 된다. 반대의 경우는 흔히 좌천으로 ‘물 먹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별 볼일 없는 한직 혹은 외지로 내몰리는 신세로 일종의 투사(投射)심리가 발동되기도 한다. 조직에 대한 냉소와 인사권자에게는 반발과 함께 적개심이 생기기도 한다.

승진 등 만족할 인사에 대한 여러 목격담을 살핀다. 우선 의욕이 넘쳐 난다. 업무시간은 말 할 것도 없고 밥 먹을 때도, 심지어 잠들기 전 누워 있을 때도 직무와 연관한 여러 상상과 기대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역량에 과신이 생긴다. 전임자와는 달라야 존재감을 어필 할 수 있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더 인정받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같은 일을 맡았던 전임자의 과오를 들추거나 노출시켜야 후임자 즉, 자신이 더 주목을 받고 능력자로 매김 되는 것으로 여긴다. 나아가 그것이 본인의 역부족과 흠결까지 은폐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가는 곳 마다 기분이 좋다. 반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아진다. 없던 연분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옛날에 눈길이나 수인사 정도 나눴을 뿐인데 그 가치가 커져 정분이 붙은 고매한 관계로 착각하는 주변인도 늘어난다. 동창회 같은 친목모임에서는 귀빈으로 소개받는다. 개선장군 같은 만면의 미소는 아래로 깔려진 눈길을 자연스레 숨긴다. 식장의 한가운데 배치된 테이블에 안내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생애를 통해 일시적, 찰라에 불과할 그때를 자신의 통상적 역량으로 여겨진다. 조직의 배경이 자신의 역량으로 둔갑되어 발휘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직 자신이 만든 기준과 잣대로 말이다.

반대의 경우를 보자. 임명권자의 눈 밖에 났거나 자신의 경쟁력이 발휘되지 못해 종이 한 장의 사령장으로 있으나 마나한 자리로 옮겨진다. 실제로 하는 일 없이 꼬박 급료만 타는 게 일상화 된 자리가 수두룩하다. 근무시간에 조직의 직무와 완전히 괴리된 ‘자기 일’을 하여도 아무런 티가 없다. 주위에서도 놀면서 소일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헬스장을 다니고 도박장을 넘나드는 경우도 본다. 그야말로 한량의 기세를 가진들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패배심과 무력감도 그 발단이 된다.

모두가 냉소적으로 바뀐다. 직전에 잠시 ‘폼’나는 자리에 있을 때 열정을 다 보낸 사실을 과장하여 ‘오버 랩’시킨다. 나 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없는데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해진다. 질투가 늘고 특히 한직으로 내 몬 사람의 약점을 퍼뜨리고 ‘네들끼리 잘해 봐’란 심사가 들기도 한다. 직무와 관련하여 명백한 문책을 허무맹랑한 이유를 붙여 남 탓으로 돌리고 슬그머니 진실을 묻는다. 대상행동(代償行動)으로 심리학의 기초다.

영전이 한때의 끗발이요, 좌천도 일시적 낭패다. 우쭐 댈 일도, 끊길 기운도 아니다. 작은 모임에서의 인적 요동이나, 집권한 권력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인간지사 새옹지마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교훈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음으로부터 전임자를 위무하고 후임자를 잘 받드는 인본주의적 기초가 더 다져졌으면 좋겠다. 세월의 흔적으로 사람도 바뀐다. 또한 비약 같지만, 엎어진 사람 발로차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겠는가. ‘51%’로 말미암은 영예나 ‘49%’에 따른 나락, 한끗 차이다. 주위의 작은 것에서 나라 일의 그것까지.

 
정승재(객원논설위원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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