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통장에는 무엇을 저축할까
이덕대(수필가)
미래의 통장에는 무엇을 저축할까
이덕대(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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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며칠째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이다 하면서 가상화폐의 광풍이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려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 건강한 노력의 외면이다.

1960년대 초, 그 가난의 굴곡을 벗어나기 위해 참으로 많은 것을 모으고 아꼈다. 학생을 동원한 거름 만들기, 풀씨 모우기, 솔방울 줍기, 하루 한 숟갈 절미운동 등 가난을 탈출하기 위한 변혁과 사회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세상을 바꾸어 나갔다. 그 중에서도 초중고를 막론하고 행한 저축 장려운동은 사람들의 돈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가난과 풍요와의 갈등을 증폭 시키는데 일조를 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1인 1통장 갖기 운동을 벌였고, 등사기로 만든 영수증 칸에는 기성회비를 내고 월 단위로 선생님의 인장을 받던 것처럼 매달 저금통장 검사를 받았다. 심지어 교실 뒤쪽 게시판에는 아이들의 이름을 쓰고 막대그래프로 저금등수까지 표시하였다. 저금 많이 한 아이와 저금하지 못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히고, 가난과 윤택함이 가림막 하나 없이 그대로 드러나던 학교에서 어떤 아이는 부유한 환경이 주었던 우쭐댐을, 또 어떤 아이는 가난의 쓰라림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는 정직과 성실이 최소한의 가치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지금 세상은 부자들이 은행에 많은 돈을 넣어놓고 이자를 불리는 것이 비도덕적이라고 할뿐만 아니라 은행이 개인 돈을 관리해준다고 오히려 관리비를 달라고까지 한다. 저금통장도 사라지고 모바일 온라인 통장 시대에 들어섰다. 언제부터인가 저금통장을 만드는 것이 귀찮아지고 별 의미 없는 일로 바뀐 것이다. 머잖아 가상 화폐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세대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건강한 삶을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저축하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젊은이에게 무엇을 저축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난의 시대를 헤쳐 온 우리는 남은 인생 통장에 어떤 것이 저축되어야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재산을 불린다거나 본능적인 삶에 더 이상 투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출세와 명예를 얻기 위한 저축 또한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더 저축하여야 할 것인가.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과 어두운 곳을 향한 배려의 행동이 마지막 저축대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이덕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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