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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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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16: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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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1)
 
옛날이야기를 주고받는 데는 양지보다 둘이 주고받는 대화의 분위기가 더 아귀 맞고 다정하게 들렸다.

“아부지가 샘물로 나를 깨끗이 씻겨서는 그 너럭바위에 올려 앉히더니 제사 지낼 때 하듯이 큰 절을 자꾸 하는 거라. 아부지가 하는 짓이 너무 무서웠지만 꼼짝도 몬하고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지. 그런데 와 그런지 아부지가 막 불쌍해 보이더라.”

양지와 호남은 눈길을 맞추었다. 짐작되는 행동이었다. 생경하고 새롭게 조명되는 아버지의 비밀이다. 귀남은 계속했다.

“나는 거기서 엄마하고 아부지가 교접하는 것도 봤다.”

“뭐어, 언니가 보는데서?”

양지와 호남이 이구동성으로 놀랐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런 산속에서 야성적이고 야만적인 성교를 벌였다니. 상상 밖의 놀라움이다.

“뒤에 안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뭐하는 건지도 몰랐지. 그냥 이 외진 곳에서 아부지가 엄마를 쥑일라꼬 그라는 줄 알고 엄청 겁을 묵고 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

“야아, 언니 기억력 무섭다.”

“그러니까 이 꼴 아니가. 그저 아무데서나 마음 붙이고 살면 됐을 걸. 별별 것을 다 기억하고 못 잊으니 내 인생이 이리 꼬이고 안 고달프나.”

귀남을 뒤따라가던 호남이 돌아서더니 양지에게 살짝 소곤거렸다.

“아부지가 어린 딸을 앉혀놓고 해괴한 그런 짓을 했을꼬. 참 상상이 안 된다.”

“와 그랬는지 궁금하모 아부지한테 물어보렴.”

“하긴 나도 늦은 밤에 아부지가 달을 보고 절하는 걸 보기는 했다.”

“기도는 다른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바로 쓰는 거라는데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 믿음이 그런 수준이었던 거야. 귀남 언니한테 절하고 달에게 절하는 정신으로 엄마나 우리한테 잘했으면 우리를 이리 못된 딸년들 만들지는 않았겠지.”

“언니 말이 틀린 건 없지. 그런데 사실은 언니야, 아부지가 보기 싫고 미웠는데 요새는 참 불쌍해진다. 오늘 저거를 앉히놓고 절했다는 말 듣고 보니 더 짠해진다.”

귓결에 호남의 말을 들었는지 앞서 가던 귀남이 대뜸 끼어들며 양지를 바라보았다.

“그래 맞다. 인제사 말이지만 쾌남이 니도 아부지를 너무 그리 나쁘게만 보지마라. 사람한테는 개인사정이 있고 고민이 따로 있다.”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세상사와 마주한 인간 자체에 대한 대응력과 사상을 어렴풋이 깨달아가는 즈음인지라 양지는 엉뚱한 소리로 말을 받았다.

“그래 내가 모자라서 그래. 니들은 모두 이해심이 풍부하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래서 좋고.”

귀남은 흘끔 양지의 기색을 살폈고 호남이 툭 분질렀다.

“분위기 깨진다. 우리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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