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토양 비만관리는 더 늦기 전에
이영한(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농학박사)
[농업이야기] 토양 비만관리는 더 늦기 전에
이영한(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농학박사)
  • 경남일보
  • 승인 2018.01.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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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일반적으로 체내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과다 섭취하거나 적게 소비함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비만 원인은 태생적인 유전 요인, 호르몬의 변화, 정신 건강, 사회경제적인 요인 등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성인병을 유발하여 사망과 장애에 크게 영향을 준다. 심지어 소아뿐만 아니라 청소년 비만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비만을 심각한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여 적극적인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강한 삶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스스로 비만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경남 토양이 비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지역 토양의 비만율은 밭토양에서 유효인산은 43%, 치환성 칼슘은 79%나 된다. 시설토양에서 유효인산은 93%, 치환성 칼슘은 96%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비만이 사람에게 성인병을 가져 오는 것처럼, 농경지 비만도 염류장해와 가스장해, 다양한 병해충 발생 등의 원인이 된다. 유효인산과 치환성 칼슘이 과잉된 토양에서는 작물이 영양 불균형으로 줄기와 잎의 생육이 지연되고, 광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실불량, 품질저하 등이 발생된다. 질소가 많은 농산물은 품질과 저장성이 떨어지게 된다.

비만형인 토양도 사람처럼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경남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토양 다이어트를 위해 토양 분석을 하고 비료사용 처방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신 생각하는 대로 2배, 3배 더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농업인이 아직도 많다. 그러다 보니 생산비는 많이 들고 작물은 연약해져 쉽게 병에 걸려 고생만 하다가 농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도 건강하려면 적절하게 육식과 채식이 조화가 되어야 하듯이 토양과 작물도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사람이 인생에서 느끼는 행복의 반은 먹는 즐거움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너무 포식하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 작물도 마찬가지이다. 맛있는 영양성분을 균형 있게 흡수해야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에게 좋은 농산물을 선물로 안겨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생명체로서 작물을 관리하는 ‘작물복지론’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아가서 작물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미생물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토양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토양복지론’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늘어나는 토양 비만을 더 늦기 전에 잡을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후손에게 건강한 토양을, 지속가능한 토양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영한(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토양비료담당·농학박사)

 
이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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