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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의 향기
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가입지원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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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9  16: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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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지난 주말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았는데 늘 물건이 진열돼 있던 한쪽구석이 텅 비어있었다. 근처에 있던 점원에게 물어보니 다음 주 설 명절 선물세트가 들어설 자리라고 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이슈와 혹한의 추위에 묻혀 잊고 있던 설날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었다.

점원이 나눠준 전단지에는 입고예정인 다양한 선물세트가 적혀 있었는데, 유독 4만원 후반대와 9만원 후반대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작년 말 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떠올랐다.

기존에는 밥값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길 수 없다는 이른바 3·5·10이 김영란법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시행된 지 1년을 조금 넘긴 작년 말에 상한액을 각각 3·5·5만원으로 낮추고, 원재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에 한해 선물은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개정되어 올해 지난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청렴한 공직문화형성과 농가소득의 증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가 일하는 공단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사회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액과 대상에 대한 적절성에 논쟁이 있었을지언정 오랜 기간 뿌리박은 부패를 근절하고, 낡은 관행을 변화시키겠다는 법의 취지에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부패가 곧 청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부패가 수동적이라면 청렴은 능동적이다. 법률로서 제약을 가하면 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는 근절하기 쉬울지 모르나, 이것으로 청렴이 실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인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가 일상생활 속에서 책임성을 갖고 바람직한 가치를 실천하는 행동기준을 가져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없다면 청렴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 개정 후 맞는 첫 명절이다. 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되는 습관화된 작은 실천인지도 모른다. 혹독한 추위를 넘긴 매화일수록 향기는 더 깊다고 했던가. 나의 마음속에도 은은하게 풍기는 꽃의 향기처럼 되길 바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

 

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가입지원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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