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가마우지 날다
[현장칼럼]가마우지 날다
  • 최창민
  • 승인 2018.01.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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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기자(취재부장)
최창민기자
중국에는 꿈에서 보거나 상상만 할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 많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와 장가계가 그런 곳 중에 하나다. 장가계에는 350m 높이의 돌기둥 수백개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세상에 태어나 장가계를 안 봤다면 100세가 돼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풍치를 자랑한다.

계수나무가 자생해 지명이 된 계림의 경치도 빼어나다.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라는 뜻인데 실제 도시의 가로수도 계수나무다. 초록나무에 샛노란 꽃이 필 때 계수나무숲에 들어가면 은은하고 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천상에 온듯하다.

계림에는 이 것 말고도 올록볼록한 산봉우리가 많다. 장강(長江)유역에 태고 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산봉우리는 신들의 산인 듯하다. 장가계의 돌기둥이 모가 졌다면 계림의 봉우리는 둥글다. 산과 강, 나무, 심지어 서식하는 새와 동물까지 기묘하게 자란다. 이 독특하고 기이한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또 장강이 굽이치는 풍경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 강가에 신비한 문화가 하나 있다. 강변 마을 사람들은 물속을 헤엄쳐서 물고기를 잘 잡는 가마우지를 길들여 생업한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잡아 올리면 삼키지 못하도록 한 뒤 이를 빼앗는 방식으로 어획한다. 비겁하다거나 동물학대라는 생각마저 드는데 이 지역에선 적어도 1000년 전부터 이 방식으로 어업을 해왔다. 중국은 독특한 어업을 전통문화계승이나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권장하기도 한다. 잘 훈련된 가마우지 한 마리가 2만 위안, 우리 돈 4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원시어업을 계승하려는 자식들이 별로 없어 고민이란다.

이런 일도 있었다. 평생 가마우지와 생업을 같이한 할아버지는 어느 날 수명을 다해 죽음 앞에선 가마우지를 보듬고 장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새를 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함이었다. 서로 눈을 마주하고 앉은 할아버지와 가마우지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의 교감이 오갔다. 이윽고 할아버지는 작심한 듯 가마우지에게 토속주를 취할 만큼 마시게 했다. 기력이 다해 고개를 떨어뜨린 가마우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 눈에도 알 수 없는 이슬이 맺혔다.

얼마 전 계림 장강에 갔을 때 배 위에 있던 가마우지는 더 이상 고기를 잡지 않고 있었다. 능숙한 할아버지는 관광객에게 가마우지 두 마리를 양어깨에 메게 하고 사진촬영을 하게 한 뒤 돈을 받았다. 새와 할아버지는 모델이 돼 있었다. 환상이 깨졌다.

요즘 진주 도심 남강에 가마우지 수 십 마리가 날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사진을 찍어 본보에 게재하기도 했다. 장강의 가마우지가 진주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진주서 가마우지가 목격된 것은 불과 15년 전이다. 그것도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진양호 한 가운데 옹기종기 모인 것이 전부였다. 겁이 많아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수년 전부터 도심 남강까지 진출한 것이다. 사람들이 오든 말든 여유 있게 앉아 있거나 혹은 날거나 물고기 사냥을 했다.

중국 한국 일본에 분포하는 가마우지가 텃새화 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보통 겨울을 나고 떠나는 정도였는데 이젠 일부가 텃새화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 가까이서 또 하나의 진기한 새, 가마우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주말에, 남강 변에 나가 자전거를 타면서 가마우지산책을 한번 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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