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4)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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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4)



“이라다가 참말로 일내겠다. 언니야, 내가 확답 안하는 보육원을 거기다 세운다는 뜻이가. 설마?”

“이건 어떤 계시인지도 몰라. 왜 타인한테 빌붙어서 속앓이를 했는지 인제야 속이 시원해진다. 그 주변 땅값도 얼마 안 비쌀 거니까 내 힘으로 할 수 있을 거야. 시작이 반이라고 작지만 알뜰하게 시작부터 해 볼 거다.”

“하아 참 내. 육갑을 잘못 짚어서 손방으로 잘못 온 건지. 오늘 이 언니들 참 여러 가지를 하네.”

“내 말 흘려듣지 말고 동의해 주라. 돈이 많이 들 거란 생각 때문에 사실 너한테 많이 의존했는데 이젠 아니다. 내 뜻에 대한 성취의 푯대는 내가 꽂아야지. 네 동의를 받을 것도 없이 내 힘으로 밀고 나갈 거다. 말리지 마라. 니들 여기서 기다리던지 아니면 먼저 가든지 해라.”

“거기까지 혼자 가게?”

“일단 가보고 싶어. 이상한 힘이 내 속에서 마구 끓어오르고 있다.”

“일 났네. 언니 니 이상해진 것 모르재? 정신 좀 차리라.”

호남이 고개를 저으며 고추샘이 있는 쪽으로 걸어갈 차비를 하는 양지를 암암하게 바라보다 마침내 양지의 어깨를 탁 짚어 잡았다.

“언니야, 죽을 때 되모 사람이 이상해진다 카더마 안하던 짓을 하니까 내가 무섭다. 언니는 이런 사람 아녔는데 갑자기 이라모 우리는 우짜란 말이고. 언니 말은 사실 너무 크고 거창해서 나도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겁이 나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언제 사업이라는 걸 해봤고 남 좋은 일을 해봤다꼬 능숙하게 달라들끼고.”

“갑자기는 아니고 전부터 줄곧 말했던 것 너도 안다 아이가. 오빠 말대로 논개도 그랬고 백정들의 형평운동도 그랬고 또 진주의 이름 없는 기생들도 자기들이 옳다 싶은 뜻에 따라 목숨을 바쳤어. 그 사람들 못잖은 식견으로 사리분별이 있다면 나 역시 내 자존감이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일에 나를 헌신하고 싶은 거다. 작고 못난 언니여서 신뢰감이 안가서 반신반의하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내 뜻이 얼마나 강하고 깊은지는 다 모를 거라 굳이 탓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제는 누구한테 의지하면서 주춤거리지 않을 거다. 그러나 이런 말은 너희들이 귓등으로 흘려들을 것 같아서 짱박아서 하는 말인데 나는 이 일에 내 존재나 전 생을 다 바치기로 벌써부터 각오하고 있었던 것만 밝혀둔다. 사실 나도 용두사미가 될까 두렵고 막막하기는 하다. 그러나 누구나 선두에 서면 그럴 것이다. 작지만 옹골차게 천천히 근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목표지점에 닿을 때가 있겠지, 중간에 포기하는 불상사만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꼭 해내야하고 나 아닌 누구라도 꼭 해야 될 일이기 땜에 시작점을 지금 오늘 이 자리에서 꼭 찍는 거다. 도시 가운데서 아이들을 키우라는 법도 없고, 요즘은 자녀교육에 뜻있는 부모들이 시골 자연으로 가는 추세도 는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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