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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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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31  2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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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어떤 건지는 나도 알고 그런 일하면 좋은 것도 안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있다. 우째서 니 혼자 다 이고 지고할라 그라노. 우리는 모두 허수애비고 니만 최고로 잘났다 싶어서 그러나. 우리들 모두 든데 없이모 난데는 있다. 든데 난데 포개서 다 함께 가는 기다. 니 혼자 다 해결해서 되는기 아닌 깨 제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그라지 마라.”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인 줄 알고 있었기에 오늘까지 10여년을 허송한 것 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 난 김에 양지는 다시 입을 열어 가슴에 품고 있던 뜻깊은 말들을 털어놓는다.

“내가 아닌 남, 다른 아이들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나의 경우라고 생각을 바꾸면 훨씬 빨리 이해할 수 있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인간성이 얼마나 황폐하고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지를 우리 귀남 언니를 봐서도 실감할 수 있잖아. 그들의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부분이 형성되는 유년기를 부모처럼 보호 육성해주고 싶어. 어쨌든 다른 사람 걱정 안 끼치고 나 혼자 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고추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너무 진지하고 당돌해진 것 본께 언니가 귀신에 씌었는갑다. 어서 여기서 떠나자.”

양지가 고집을 세우자 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던 호남이 장난끼어린 결단을 내리자 귀남이도 거들었다.

“그래 서양에 있는 오래 된 건물도 갑자기 세워진 게 아니라 많은 세월 동안 차근차근 이룩한 거라 않던? 쾌남아 니 뜻이 얼매나 깊고 굳은지 우리도 아는데, 나도 힘을 보탤게. 장소는 니가 좋은 데로 정하고, 그때까지 우리 기초공사부터 차근차근해보자.”

귀남이 모처럼 언니다운 어엿함을 보이며 양지의 자중을 부탁하는 한편 은근히 호남의 호응을 기대하는 눈길도 보냈다.

“니들은 지금 내가 정신이 나가서 장난하는 것 같이 가볍게 보이나?”

정색한 표정을 지은 양지가 올곧은 음성으로 질책을 하자 귀남이도 호남이도 찔끔해지더니 호남이 변명을 했다.

“누가 감히. 언니야, 하여튼 좀 두고 보자. 그 쯤 하모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사안이 무겁고 중한 만큼 쉬운 결론은 나지 않는다. 의존하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한 이상 이 순간부터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일은 이들과 동행하지 않고 다른 날을 택해도 될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서 가는 길이랬다. 왈가왈부하는 동안 훼절되고 부정 타는 건 싫다. 양지는 얼른 오늘 일정의 방향을 돌렸다.

“용연사 가고 싶어?”

“고추샘은 안갈끼가?”

걱정거리가 사라진 가벼운 얼굴로 호남이 왼쪽 입귀를 삐죽했다.

“담에 나 혼자 간다. 반대파들 많으면 부정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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