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에 눈 덮이고
밖은 눈 내리고
지하철 기다리는 실루엣 하나
비상문이 열리기 전
눈 덮인 우체통 열어
수신미확인인 그리움을 읽는다.
-김인애(시인)
눈 내리는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썼던 시절이 있었다. 계절의 환승 속에서 외로움을, 그 외로움은 어떤 특정한 대상도 없이 그리움의 감정을 몰고 오기도 했다. 마치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 그대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인 양’ 말이다.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의 저 시를 저곳에서 읽은 적 있다. 그리움이란! 함께 했던 시간이 만들어 준 추억, 그 끝에 매달린 기다림 같은 것. 아직도 너를 향한 내 그리움은 수신 미확인이다.
그리움에 관한 시 한편 소개해 보는 지금, 기적처럼 바깥에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김소월의 먼 후일)”/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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