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 <188> 양산 능걸산
명산플러스 <188> 양산 능걸산
  • 최창민
  • 승인 2018.02.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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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바위 부근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토곡산 오봉산 방향.

 

양산 소재 능걸산(783m)은 바위와 바람의 산이다. 산 8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암릉의 아름다움이 이 산의 특징이다. 산줄기를 따라 도드라진 암반의 길이가 만만찮아 기차바위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형상의 바위들은 기어오르거나 비집고 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산재한 자연전망대는 주변경관을 감상하는데도 유용하다. 험준한 산세에 오르내리기가 사납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이내믹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초보산행자라 해도 우회 길을 택하면 비교적 안전해 남녀노소 모두 즐겨찾는다.

올 들어 가장 추운날씨를 보인 1월 말 산행을 감행했다. 한낮에도 계속된 영하의 날씨에 볼살이 얼었고 부산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귓불을 시리게하고 또 아프게 했다. 바람은 산 주변에 있는 스포츠시설 에덴밸리의 풍력발전기를 빠르게 돌렸다.

가장 추운 날이면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얼음처럼 차가운 화강암 사이를 걷는 일은 고역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흥미로웠다. 표현하자면 엄동설한 모든 문을 활짝 열어제친 방안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얼굴만 내민 채 바깥경치를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주변 경관의 압권은 북쪽 영남알프스이다.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등 1000m급의 고산준령이 장벽처럼 둘러서 있다. 서쪽에는 불쑥 솟아오른 양산 토곡산과 그 옆에 오봉산이 누워있다. 동쪽엔 천성산 남쪽엔 부산 금정산이다.

특히 이 산에는 스포츠레저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서쪽에 복합 놀이시설인 양산에덴밸리와 CC가 코앞이고 남쪽에 양산CC, 동쪽에 다이아몬드CC가 영업 중이다. 도심에 가깝게 있으면서도 경관이 좋아 돈맛 아는 사람들의 구미를 댕긴 듯하다. 환경론자들의 뒷맛은 개운치 않을 일이다.

 

등산로: 감결마을회관→충렬로횡단→성불사→왼딴 개집→안부능선(용고개)→천마산(반환)→능걸산1km이정표→암릉시작점→기차바위→능걸산 정상→좌삼마을회관 하산. 12km,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오전 9시 54분, 등산은 감결마을에서 시작한다. 주변에 대우 마리나 아파트가 있어 초입을 찾기는 쉽다. 이 마을은 양산 상북면 소토리에 속해 있다. 그 뒷산이 천마산·능걸산이다. 오백년 전 전씨 성을 가진 이들이 옹기사업을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는데 지금은 경주지씨 집성촌이 됐다. 마을회관에서 아스팔트로를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 2차선 충렬로를 횡단해 직진하면 오른쪽에 당산나무가 보인다. 무속인들이 찾아와 촛불을 켜는지 마을에서 쇠울장을 치고 출입을 금지시켰다. 진돗개 두 마리가 컹컹거리는 성불사 작은 절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왼쪽은 산촌가든으로 가는 길이다. 가정집 같은 사찰 담벼락 옆을 지난 뒤 3분여, 오른쪽에 어슴푸레 한 산길이 하나 보이는데 이 길을 따르면 안 되고 산기슭을 계속 돌아가면서 오른다는 느낌으로 진행하면 된다. 오른쪽에 운동시설, 왼쪽에 계단식 묵정밭이 보인다. 갑자기 눈앞에 검은 물체가 지나가기에 엉겁결에 사진부터 찍어놓고 보니 늑대를 닮은 개였다. 주변에 목줄이 없는 개 두 마리가 산속을 활보하고 다녔다. 사람을 겁내긴 했으나 등산객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앞에 개 수 십마리가 짖어댔다. 인기척이 없는 외딴곳 개집이었다. 곧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으로 붙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진입로 때문에 불편해 등산로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머릿속을 떠돌던 갖은 잡념이 사라졌을 때 첫 능선 안부에 당도해 있었다.

오전 10시 25분, 용고개이다. 그제야 이정표가 보이는데 왼쪽으로 진행하라는 능걸산이 표시돼 있다. 용고개 너머 언덕에 잔디가 누렇게 변한 양산골프클럽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정표에 새겨진 소석마을 방향 낙엽 길을 따르면 천마산으로 갈수 있다. 천마산(527m)정상까지는 10여분 넘게 더 진행해야한다. 전망 좋은 곳이 있어 다녀오는 것이 좋다. 반환해 능걸산으로 향한다. 이곳까지는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푹신푹신하다.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때쯤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기차바위 등 암릉의 시작점이다.

오전 11시 56분, 드디어 이 산의 상징, 우람하고 웅장한 바위지대이다. 위험하다는 안내문구가 곳곳에 새겨져 있어 험준한 산임을 실감할 수 있다. 암벽산행을 하듯 배를 바위에 붙여서 기어오르고 어깨를 좁혀 몸 사이즈를 줄인 다음 틈 사이로 밀어 넣어 올라간다. 맨홀에서 세상밖으로 올라오듯 기어오르면 너럭바위다. 명불허전, 이곳에서 산세를 조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는 너럭바위에는 기이한 소나무가 자란다. 너럭바위는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 다가서면 공포감이 든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기차바위는 특정한 단일바위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바위들이 마치 기차처럼 보인다하여 그렇게 부른다.

바위들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곧 추락할 듯 위태로운 것도 있다. 그 좁은 틈을 어렵게 지나야 하기 때문에 발목이 비틀어지고 어깨가 바위에 부딪치는 게 다반사이다. 이런 곳에선 배낭과 스틱도 장애가 되는데 목에 건 카메라까지 가슴 앞에 덜렁거릴 때는 어찌할 바가 없다.

초보산행객이나 노약자는 이 구간을 피해 육산으로 나 있는 우회 길을 따르면 된다. 다만 우회 길도 가파르고 낙엽에 쌓여 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너무 높아서 천 길 만 길이 되는 듯한 절벽이 발아래 펼쳐진다.

낮 12시 28분, 정상에 닿는다. 감결마을에서 6㎞구간을 줄기차게 올라온 지점이다. 정상의 조망은 감탄의 연속이다. 영남알프스와 금정산 줄기가 보이고 그 앞에 경부고속도로가 가로지른다. 인근 에덴밸리에는 풍력발전기 5기가 힘차게 돌아간다.

하지만 추위와 강한 바람 때문에 정상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바람과 시간은 취재팀의 등을 떠밀었다. 정상 갈림길에선 왼쪽길이 에덴밸리골프장을 지나 뒤삐알산(827m)과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은 혜월사를 거쳐 좌삼마을로 내려간다. 취재팀은 바람을 막아주는 벼리의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에 앉아 휴식한 뒤 좌삼리로 향했다.

하산 길은 생각보다 길고도 길다. 약 5㎞의 긴 거리가 고도를 서서히 낮추면서 지루하게 이어진다. 되돌아보면 이 산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초입 감결마을에서는 고도를 서서히 높이다가 암릉지대부터 불쑥 솟구쳐 오른 뒤 좌삼리 쪽으로 천천히 길게 길게 고도를 낮추는 형태이다. 오르는데 6㎞가 넘고 내려오는데도 6㎞가량 된다.

오후 3시, 좌삼리 앞 도로를 만난다. 이 도로는 양산천을 따라 난 수서로이다. 양산천은 수서로와 나란히 남으로 흘러 등산로 입구인 감결마을 앞을 지나 낙동강에 합류한다. 원점회귀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하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시 옆에 있어 산허리 일부를 내줘 깎이고 패여서 상처투성이 된 산, 그럼에도 지금은 침묵하는 능걸산…, 이 땅이 훗날 다음세대에게 전할 우레 같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불현듯 겁이 났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용고개를 오르는 취재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양산 에덴밸리
기차바위 암릉 우회길
바위에 자라는 소나무와 산 실루엣
기차바위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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