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진정한 충성(Loyalty)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경일포럼] 진정한 충성(Loyalty)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2.0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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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대부분의 조직에서 사용되는 상명하복의 Up-Down 시스템은 종종 그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어 부정적인 시각을 야기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강조되는 충성의 사전적 의미는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지만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그 보다는 명령이나 의사를 그대로 따르는 복종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에릭 펠턴은 그의 저서 ‘Loyalty’에서 충성은 단순히 한 측면에서만 정의될 수 없으며 국가 차원의 충성, 가족 차원의 충성, 친구 차원의 충성 등 다층적으로 정의해야 하며 각 차원의 충성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 해결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자는 충성은 그 대상이 행한 행동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기에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그 선이 잘 지켜질 때 사회가 올바르게 유지된다고도 주장했다.

진정한 충성의 표본으로 중국 당 태종의 ‘정관의 치’가 종종 인용된다. 정관의 치(貞觀之治)는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치세를 일컫는데, 수나라 말기의 전국적인 동란을 수습하고 거리에 내몰린 백성들을 구제하여 당나라의 국력을 공고히 하였다. 여기에는 태종의 리더로서의 자질이 크게 기여했는데, 바로 아랫사람들이 진정한 충성을 다하게끔 한 것이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했는데 지금까지도 명신으로 유명한 방현령·두여회·위징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당 태종은 충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간관(諫官)의 직권을 확대하여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는데 위징(魏徵)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태종의 태평성대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위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태종과 위징은 수없이 부딪혔으며 태종도 성인은 아니었기에 위징에게 화도 냈는데 한번은 화가 풀리지 않아 황후에게 “짐은 반드시 위징, 저 시골 촌뜨기를 죽일 거다”라고도 했지만 황후의 건의를 수용하여 위징을 내치지 않았다. 정관 17년에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태종은 “짐은 세 개의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 청동으로 거울을 만들어 의관을 바로 하고, 역사를 거울로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알았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거울 하나가 깨졌구나”라며 위징의 충정을 기렸다.

직위는 그 조직이 운영되는 기간 동안 영원하지만 직위를 담당하는 사람은 영원하지 않다. 그런데 알고도 범하는 것이 실책이며 모르는 듯 누리는 것이 권력이라는 옛말이 있다. 직위 자체와 자신을 혼동하게 되면 조직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직권을 휘두르게 되며 조직에 대한 간언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으로 대응하게 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충성은 각 직위에 임명된 사람이 조직의 목표를 위해 지위에 따른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공사를 구분할 수 있을 때 구현될 수 있다. 조직, 더 나아가 사회 및 국가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상부에 보고하여 그것이 공적으로 수용되는 충성의 선순환이 작동된다면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직위가 가지는 혜택에만 눈이 멀어 자신이 진정으로 그 의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차지하려고 한다면 그 이후에 진정한 충성이 그 조직에 구현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Loyalty’의 저자가 말한 “다양한 유대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불안과 좌절, 슬픔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욱 마음을 울리는 것은 요즘 세태가 그 반대 극단을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한 충성이 당연한 것이 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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