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은퇴자 노후난민(老後難民)화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경일시론] 은퇴자 노후난민(老後難民)화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 정영효
  • 승인 2018.02.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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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양극화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2세대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5년 내 경제활동인구의 20%가 한꺼번에 은퇴할 것이 예상된다. 경제활동인구의 급감에 따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는 저성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및 가계경제를 피폐화하게 만든다.

경제의 피폐화는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다수 은퇴자들을 노후난민(老後難民)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본다. 노후난민이란 빈곤 등의 이유로 자력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령자를 말한다. 진행돼 가는 경제·사회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 처럼 경제적으로 ‘잃어버린 20년’을, 사회적으로는 은퇴자가 노후난민화되는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 예견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험연구원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소득’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60세) 이후 근로소득(또는 자영업소득)이 없다고 보고 은퇴 시점 소득의 70%를 생활비로 가정하면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자산은 71세에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저도 부동산 자산이 모두 유동화됐을 경우라고 한다. 부동산 유동화율이 50%로 낮아지면 65세에 은퇴자의 모든 자산이 소진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은퇴자가 소득이 없을 경우 짧으면 5년, 길면 11년 이후에는 노후난민이 된다는 뜻이다. 60세에 은퇴하더라도 최소 20~30년 가량 일을 더 해야 노후난민을 면할 수 있다. 노후난민화된 은퇴자들에게는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지금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부모를 봉양해야 했고, 교육·취업·결혼 등 사회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도 지원을 해 주어야 했던 세대였다. 집 사고, 자녀들 교육비와 결혼 자금에 목돈을 쓰다 보니 노후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다. 집만 있으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대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이 85%다. 은퇴자 대다수가 겨우 집 한채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빚을 안고 있는 집이다. 집 한채가 노후준비 전부다. 또 베이비부머세대는 은퇴를 하더라도 자녀로부터 노후를 봉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모 및 노인세대 부양의식이 ‘가족중심 부양책임’에서 ‘정부·사회 공동 부양책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인식한 사람이 1998년에는 89.9%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31.7%로 크게 줄었다. 반면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1998년 2%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51.7%로 크게 늘었다.

지금 은퇴자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을 보면 노후난민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후준비가 전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한 세대는 은퇴 이후에 국가와 사회, 가족의 외면 속에 빈곤 및 소외감과 싸우고 있다. 끝내는 견디다 못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게 우리나라 현주소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1위’인 이유다. 이제라도 은퇴자가 노후난민화되는 것을 예방,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는 국가와 사회, 가족 모두의 책무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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