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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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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8  04: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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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얼마나 넓은데, 아주 원시적이고 후진 지역인데 개척 대 선두로 차출돼서 근무를 했던 가봐.”

“야아, 말 좀 끊지 말고 끝까지 해봐라. 풍토병이 걸려서 중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있대? 지금?”

“아아 참, 죽겠네. 그만하면 좀 알아듣지. 뭘 그리 끝까지 파고 드노.”

“장애인이라도 됐단 말이네 그럼?”

양지의 미련이 어느 부분에서 머물고 있는지 뒤늦게야 깨친 호남은 자른 무처럼 단숨에 결말을 던졌다.

“하늘나라 간지 벌써 몇 년 됐단다.”

순간 양지의 얼굴이 멍해졌다. 회사 일로 외국에 나가 그런 횡사를 하는 사람은 더러 있다. 지구의 곳곳으로 외화벌이를 위해 개척의 삽을 메고 나가는 기업은 많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느 재벌 오너의 책 제목이 성장의 푯대처럼 회자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하필 그 사람이라니. 한참 만에 겨우 힘없이 흘린 물음이 양지의 진심이다.

“혹시, 동명이인이 잘못 전달된 건 아닐까?”



희망 없이 가는 길은 지루하고 멀다. 세상에 흐리고 맑은 날은 따로 없다. 그 사람의 마음이 행복하고 밝으면 흐리거나 어두운 날도 정감 있고 아름다운 날이 되는 것이고 그 사람의 마음이 슬프고 고통스러우면 아무리 화창하고 밝은 날도 쓸쓸하고 서러운 날이 된다. 지금 양지는 왜인지 이유도 모호한 걸음을 팍팍하게 걷고 있다. 그는 그리운 이였을까. 그가 이미 떠나고 없는 곳으로 가는 발길은 더욱 사막 한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빠가 다니는 평생교육원 동기한테 들었단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현태 씨 하고 고향이 같아서 그냥 물어봤는데 그 사람이 죽었다고…. 되물어서 그 말의 진위를 확인하는 순간 양지는 아뜩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의 맥을 놓았었다.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겠지. 결혼도 하는 걸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아이도 있을 것이고. 간간히 떠올리면 타의에 의해서 별거한 부부처럼 안부가 궁금했고 애틋함이 남아있던 사람이었다. 혼이 낚인 남자로 자인하면서 따라붙던 사람을 물리쳤던 미안함과 함께 애잔한 그리움도 남아있어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만나보고 싶었다. 뭐 어쩌겠다는 대책도 없으면서 요즘 들어서 더욱 보고 싶던 남자, 기대고 싶도록 듬직한 체격이며 포용력 있는 마음씨, 여자를 약자 취급하고 무시하는 듯한 고약한 어투만 상처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아니 수연의 양육 문제만 구시대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어도 떠나보내지 않았을 사람이다. 카리스마 강한 보호본능으로 더욱 혼란스럽게 저항감을 유발시키던 남자, 박 현태 그 사람.

양지는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안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익히 기억하고 있던 주소대로 남원 저쪽에 있는 현태의 고향집으로 양지가 들어 선 것은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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