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3>거제 맹종죽테마파크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3>거제 맹종죽테마파크
  • 경남일보
  • 승인 2018.0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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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종죽 대나무숲길.

대나무 숲에는 푸른 지절(志節)이 산다.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어 있느냐/ 저러고도 사계절 내내 푸르니 대나무를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서)

사군자 중의 하나인 대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지절(志節)’은 곧고 바른 삶을 추구함과 더불어 속을 비운 대나무처럼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을 때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삶의 덕목이다. 이 지절을 지켰을 때 마침내 자존감이 댓잎처럼 푸르게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가끔 대나무처럼 푸르게 보이는 사람들의 속을 열어보면 빈 속이 아닌 온갖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그들에겐 ‘자리’는 있고 ‘자존감’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공직자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생겨난 법이 김영란법이다. 늦게나마 정말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도 공직사회나 특정 집단에서는 고위직을 두고 김영란법을 비웃으며 암암리에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살이에서 끝없이 따라다니는 욕심에서 잠깐 벗어나, 대나무가 건네는 비어 있어 더 청아한 바람소리도 들어보고, 대나무 중 가장 굵고 큰 맹종죽에 얽힌 고사(故事)를 만나기 위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체험론적 시창작과 힐링’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 거제맹종죽테마파크를 찾았다.

청빈한 대나무와 가까이 하면 대숲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으로 인해 혈액이 맑아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증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공기정화력과 살균력이 탁월한 대숲을 거닐면 알파파가 증가해서 심신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대숲 트레킹은 건강과 힐링을 동시에 얻게 하고, 대나무의 지절과 겸손을 익히는 자기 수행의 체험활동이라 생각한다. 필자부터 자기 수행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힐링여행을 나섰다.

 

대숲 속에 만들어놓은 판더 조형물.


◇체험활동과 힐링의 공간이 된 대나무숲

거제시 하청면에 있는 맹종죽테마파크가 죽림욕 테라피와 더불어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문학예술을 접목한 힐링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3만여 평의 맹종죽 숲에 어린이 놀이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힐링 장소이자 정신 수양의 공간으로서 많은 탐방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26년 하청면의 신용우씨가 일본 산업시찰을 마치고 귀국할 때, 세 그루의 맹종죽을 자기 집 앞(성동마을)에 심은 것이 거제도 맹종죽 군락지가 형성된 시초다. 지금은 3만여 평의 맹종죽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으며 하루에 20~40㎝ 정도 자라나는 대나무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거제 맹종죽을 ‘숨소슬’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엄청난 굵기와 높이의 맹종죽들이 탐방객들을 맞이해 주었다. 대숲길 입구에는 소원담장이 있다. 반을 쪼갠 대나무에다 탐방객들의 소원을 적어 놓았는데, 사람마다 이루고자 하는 소원이 조금씩 달랐다. 주로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거나 대학합격과 건강을 기원하는 내용들이 많았었다. 길게 늘어선 소원담장을 지나자, 어울竹길과 사색竹길, 죽림욕장,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 대숲에서 노니는 판대곰과 호랑이 조형물 등이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게 했다. 아기자기하게 조성해 놓은 대숲길도 좋았지만, 길섶에 선 대나무에다 걸어놓은 시화걸개들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시 한 구절을 읊조리노라면 풍월(風月)을 즐기는 시인묵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맹종죽 숲길은 탐방객들이 대나무의 지절과 겸양을 익혀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는 수양의 길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양껏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신 뒤 날숨을 쉬자 세상살이에서 쌓은 욕심들이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대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나무의 몸에는 칼로 새긴 낙서들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풍치나 자연에 맞는 양식을 갖추고 살았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서걱대는 맹종죽들의 너그러운 마음이 필자의 상심을 달래어 주는 듯했다.


수변공원과 竹지압체험길, 竹공방, 쉼터전망대, 서바이벌게임장과 모험의 숲, 숲속 레포츠 체험코스 등 다양한 체험공간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정유재란 때 원균이 이끈 조선 수군이 왜군에게 참패한 슬픈 역사를 지닌 칠천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다시 처음 출발했던 매표소로 내려오면 전체 2.3㎞ 구간의 죽림욕이 끝난다. 대숲 힐링길에서 나를 비우는 법을 익히고, 민족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점이 필자에겐 무척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는다.

◇효(孝)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한 맹종죽 숲길

‘중국 삼국시대의 오나라에 효성이 지극한 맹종(孟宗)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노모가 한겨울에 죽순이 먹고 싶다고 하기에 눈이 쌓인 대밭으로 갔지만 대나무 순이 있을 리가 없었다. 죽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앓고 계신 노모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눈이 녹아 죽순이 돋아났고, 맹종의 효성에 감동한 하늘이 내린 죽순을 삶아 드신 어머니의 병환이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맹종죽은 효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으며, 맹종설순(孟宗雪筍)이라는 고사성어 또한 이 고사에서 탄생했다’

옛날 중국에서도 늙으신 부모님을 홀대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자식들로 하여금 부모님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효의 실천궁행을 강조하기 위해 맹종죽 고사가 탄생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맨날 지는 사람은 바보다. 맨날 참는 사람은 바보다. 맨날 속는 사람은 바보다. 그런데 그 바보가 우리의 부모님이다.’ -최대호의 시 ‘바보’ 전문-

바보이면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부모님이다. 자신의 속을 다 비워 주면서도 저토록 굵고 높은 대나무로 선 채 거센 겨울바람을 청아한 울림으로 들려주는 맹종죽, 우리 모두의 부모님의 모습이다. 대숲길을 걸어나오는 탐방객들이 맹종죽을 우러러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거제 맹종죽 테마파크 입구
낙서로 훼손된 맹종죽.
맹종죽으로 만든 악기.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대나무 담장.
어린이 전용 대나무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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