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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전]'호텔리어에서 전업작가로' 황진혁씨IMF·병마와 싸우며 다양한 도전 이어온 삶
임명진  |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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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2  01: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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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인으로 근무하던 당시 산청엑스포에 초청돼 남일대리조트에 묵은 스리랑카 의사와 함께 찍은 사진.

30세의 한창 나이다. 지금껏 잘 다니던 직장을 지난 달 그만두고 갑자기 글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나섰다. 주변에선 ‘왜?’ 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그럴 때마다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삼천포 남일대리조트·엘리너스호텔의 전 지배인 황진혁씨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시원섭섭하죠. 오래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 시원한 기분도 들지만, 호텔에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는 몇해 전 만 26세로 역대 최연소 나이로 부임한 지배인으로 화제가 됐다. 2011년 입사해 호텔리어로 타고난 사교성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누구보다 즐겁게 일했다.

그런 그에게 호텔은 4년여 만에 지배인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보통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런 빠른 승진 뒤에는 그의 독특한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 대학시절 그는 호텔의 VIP인 수많은 명사들을 찾아 전국을 여행 다니는 특이한 이력으로 이미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연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업계 고교를 다니던 그는 고3 수험생이 되자 갑자기 “대학에서 성악을 배워보고 싶다”며 음악학과를 가겠다고 선언했다. 주변에선 아연실색했다. 담임교사마저 거듭 만류를 했고, 주변 친구들도 ‘미쳤다’는 반응뿐이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자, 부담임 교사가 마침 성악을 전공한 가까운 후배가 있다며 테스트를 받아 볼 것을 권했다.

선배의 연락을 받은 후배는 포기를 권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노래를 들어보고서는 레슨비도 받지 않고 무료로 성악을 가르쳤다. 어렵게 음악학과에 입학했지만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음악을 배운 동기생에 비해 출발은 너무 늦었다.

커다란 장벽에 부딪힌 그는 깊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하게도 계기가 찾아왔다.

“오페라 아리아 ‘여자의 마음’이라는 성악곡이었어요. 부르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채 들었는데, 절로 ‘우와~’ 라는 감탄사가 나왔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 부를 수가 있을까. 비결을 꼭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2008년 8월의 여름날이었다. 수소문 끝에 성악가 나승서 교수를 찾았다. 무턱대고 연락을 했다.

“며칠 뒤 이탈리아 공연준비로 바쁘신 데도 저에게 흔쾌히 시간을 내주며 많은 조언을 해 주셨어요. 그동안의 고민이 확 뚫리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황진혁


역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룬 나 교수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 그리고 그의 여정도 시작됐다. 금난새 지휘자 등 음악계를 비롯해 수년간에 걸쳐 김영삼 전 대통령, 신원수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각계각층의 수백여 명의 명사들을 만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저를 처음 보시고는 ‘어데서 왔노’라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신원수 대표는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만나 뵙고 싶었구요”

명사와의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자연스레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대학시절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에 20대 청춘들의 꿈, 고난, 사랑, 인간관계를 다룬 ‘청춘의 자화상’이라는 처녀작이 출간됐다.

2016년에는 두 번째 책, 시집 연설(사랑 이야기)이 출간됐다. 그는 글을 쓰는 작업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IMF 경제난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고 실명 위기에, 뇌종양이라는 오랜 지병까지, 제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운 건 한평생을 택시기사 일을 하며 그를 키운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가 있어 버틸 수 있었고, 명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큰 응원을 받았어요. 글을 쓰는 작업은 보람 있었고, 제가 살아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업 작가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밟고 있다. 3월에는 대학원 문화콘텐츠 관련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다.

세 번째 작품도 조만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작가로서의 연륜이 좀 더 쌓이면 못다한 명사들의 인터뷰 집을 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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