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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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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01: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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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내가 말했지만 내 움딸 같애서 하는 말인데 절대 혼자 살지마라. 이 좋은 세상에 뭐한다꼬 독수공방 할 것고. 지금이야 핏종지깨나 끓으니 괜찮지만 아픈 눈이 머잖았다. 늙고 병들어봐라. 니 신세도 가을 잔내비꼴 되는 기라. 이 세상 왔다간 흔적이 뭐꼬, 무시 뽑아 묵은 자리 한 가지 아닌가. 니가 남 없는 재주가 아무리 많다한들 지 목숨 하나 연명하다가 가는 것 밖에 냉길 기 더 있나. 나이 더 묵어봐라. 한심하고 허망한기 인생살이다.”

현태어머니의 충고는 점점 매워져 독설의 양상을 띄고 있지만 인생 대선배의 질타를 양지는 그대로 죽비처럼 받아들인다. 그 사이 이상하게도 자신의 심리가 점점 안정되고 세척되는 듯한 안온함도 없지 않았다.

“인자사 이런 말하기 시 그러고 때 그르다만, 에미가 딸한테 하는 꾸지람이라 생각하고 내 말 허투루 듣지 말고 하루라도 속히, 귀밑머리 마주 푼 초처가 못되면 재혼이라도 해서 남의 자식이라도 공디리서 키아라. 공든 탑이 안 무너진다꼬 그래야 아플 때 물 한 그릇이라도 떠주고 들다 보는 사람이 있지. 니, 여자한테 와 젖이 두 갠고 모리재? 그렇지, 그러이까내 시집을 안 갔제. 하나는 자식 멕이는 기고 하나는 남편 멕이라꼬 있는 기다. 그 거룩한 뜻을 모리고 내남없이 딸년들 하는 꼬라지 보모 세상에 망쪼가 드는 기라.”

“살아 온 날들에 대한 억울함 같은 건 전혀 없이 자신의 삶이 무척 만족스러우셨어요?”

“만족? 그기사 맘 먹기 대론께. 까놓고 말하면 실망해서 가슴 탈 때가 더 많았지. 그렇지만 내 할 일은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내가 만약 너처럼 살았시모 내 자식이나 후손들이 오대 있겄나. 욕심대로 내가 못 이룬 거는 자식들한테 미루면 되고. 내 욕심 채울라꼬 젊을 때는 나도 세상 물 혼자 다 마시고 싶었지. 그렇지만 나이 들면서 깨달은 점은 남사는 듯이 이웃들하고 잘 어울 리서 사는 거 그거 이상 딴 거 없어.”

저 많은 말을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현태어머니의 말은 끝이 없을 것 같다. 하긴 인생 칠십을 그냥 산 것도 아니고 좁지만 나름대로 사회활동도 했던 경험이 있어 전 방위로 체득한 상식이며 인생철학이다. 또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사이라 싶으니까 있는 것 다 내주고 싶은 심정인 것을 짐작 못할 것도 아니다.

“아이구 갑자기 와 이리 목이 타내. 가만 좀 있거라 보자.”

기역자로 구부정한 몸을 끌고 평상에서 일어난 현태의 어머니는 마시다 둔 됫병 소주와 안주를 찾아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 아 그리 보내고 내가 이거 없이모 하루도 못산다. 니도 한 잔 할래?”

“전 못해요.”

양지는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

“반피 겉은 인사. 해 버릇하모 몬할 기 뭐 있노. 담배는?”

“그것도…….”

“지랄한다. 대체 니는 무인 재미로 이 세상을 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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