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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89> 사천 봉명산민족의 정신, 봉황의 노래 울려퍼진 아름다운 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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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22: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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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산에서 바라본 산 실루엣. 왼쪽 피라미드형 봉우리가 봉명산이고 오른쪽능선이 보안암 석굴로 가는 길이다.


사천 봉명산은 산이 품은 다솔사가 더 유명하다. 다솔사 하면 ‘소나무’ 와 ‘차(茶)’가 먼저 생각나지만 전자는 틀리고 후자는 맞다. 소나무는 한자 ‘솔송’이 아니고 ‘거느릴 솔’로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이다. 착각하는 이유는 절 입구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차는 다솔사 적멸보궁 뒤와 산 너머에 있으며 시배지 못지않은 명성을 갖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다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효당 최범술이 만들어낸 반야로차가 유명하다. 또 다솔사는 만해 한용운과 김동리가 거처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승려인 만해는 1917∼1918년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항일 결사단 만당을 결성하고 독립선언서 초안을 만들었다. 1939년 만해의 회갑 날 김범부, 효당이 만나 안심료 앞에다 기념으로 황금편백을 심었다. 이 나무는 아직도 성성하게 자라고 있다.

20년이 흐른 1960년, 또 다른 주인공 김동리가 이곳에 온다. 형 김범부와 연을 맺은 효당이 인근에 광명학원을 세우자 1년 동안 머물면서 야학생들을 가리켰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의 한 살인자가 속죄를 위해 분신 공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등신불을 세상에 내놓는다.

시인 소설가 독립운동가 등 선각자들이 이 일대에 살면서 세상을 깨우고 다시 일으키고자 고뇌하면서 절치부심한 것은 다솔사의 지기와 이를 품은 산의 지기가 예사롭지 않음을 반영한다.

다솔사 뒷산이 봉명산(407m)이다. 1983년 11월 14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 옆 2㎞지점에 보안암 석굴이 있고 돌아 나오면 봉암산이다. 봉명은 봉황의 울음이란 뜻이지만 ‘봉황이 노래하는 산’이라는 해석이 더 멋있다. 그래서 봉명산은 선각자들이 민족정신을 일깨운 터전이요. 우레같은 봉황의 노래가 울려퍼진 아름다운 산이다.

 

   
등산로:다솔사→첫 갈림길→봉명산→오솔길→보안암→보안암 앞 바위→소망돌탑→봉암산→서봉암 갈림길→차밭→개울→샘터→갈림길→너덜겅지대→다솔사 회귀.


오전 9시 47분, 흙먼지가 날리는 다솔사 주차장에서 계단을 올라 대양루를 거쳐 적멸보궁 앞에 선다. 적멸보궁 뒤 차경이 진신사리탑이다.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4년(503), 인도 승려 연기조사가 창건해 영악사라 불리다가 676년 의상대사가 다시 영봉사라고 고쳤으며 신라 말 도선이 중건해 다솔사 혹은 타솔사라고 했다. 1978년 2월 대웅전 삼존불상 개금불사 중 후불탱화에서 진신사리가 발견돼 대웅전을 적멸보궁으로 바꿨다.

큰 볕이 들어온다는 대양루는 1749년에 건립한 106평의 대형 목조건물. 1658년 중건했으며, 2000년 재보수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민족정신 함양의 도장이자 청소년 교육장이었다. 한국전쟁 때 서울에서 피난 온 여중학생들이 교실로 활용하며 4년간 공부했다. 야학도 이뤄졌다.

현존 당우는 적멸보궁을 중심으로 대양루(도 유형문화재 제83호), 극락전(도 문화재자료 제148호), 응진전(제149호), 나한전 천왕전 요사채 등 10여 동이 있다.

오전 10시, 절을 떠나 산으로 향한다. 산불조심 초소 안에서 빨간옷을 입은 감시원이 배낭을 가리키며 “그 안에 뭣이 들었소.” 퉁명스럽게 물었다. 낮은 산에 가는데 배낭이 크다는 투였다. 버너나 코펠정도가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 듯했다. “아무것도 안 들었습니다” 말해놓고 보니 말도 아니었다. 선문답 같은 무미한 대화의 뒤끝은 취재팀을 빨리 산으로 밀어 올렸다.

곧 ‘봉명정 300m,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5.2㎞’를 알리는 안내판과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봉명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며 왼쪽이 오솔길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나무뿌리가 많이 노출돼 있는 된비알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간 탓에 길이 선명하다. 주변에는 각종 운동시설과 평상 벤치 등 휴식시설이 있어 산이라기보다는 공원느낌이 든다. 소나무 재선충무덤은 눈엣가시다.

오전 10시 25분, 봉명산 정상에 도착한다. 키 큰 솔숲 사이 5∼6m정도 되는 정자가 우뚝하게 서 있다. 봉명정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등산객의 시야 확보를 위해 세운 것이다. 올라서면 삼천포 와룡산과 각산, 바다가 보이고 금오산, 백운산, 지리산이 보인다.

솔가지는 송진이 많이 들어차 붉은 빛을 띠고 솔잎은 겨울에도 진초록빛을 보여준다. 정상석은 봉명정 바로 옆에 따로 있다. 봉명산의 다른 이름이 방장산이고 다솔은 방장 형국이 장군처럼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다.

내려서면서 보안암 석굴로 갈수가 있다. 이어지는 오솔길은 산 위와는 달리 키가 작은 소나무가 주류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이팝나무, 자귀나무, 붉나무, 누리장나무, 졸참나무, 층층나무가 들어선 울창한 숲길이다.

오전 10시 54분, 갈림길을 지나면 보안암이다. 돌을 켜켜히 쌓아 올린 담장이 이채롭고 그 위에 앉은 암자는 평화롭다. 그야말로 숲속의 작은암자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고려 말에 창건됐다고 한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과 비슷한 형태의 부처님을 모신 석굴(도 유형문화재 제39호)이 존재한다. 그 안 본존불은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얼굴 부분이 약간 검은 것이 특이하다. 본존불을 중심으로 1.3m 내외의 석불좌상은 조선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 동쪽을 보고 있다는 점, 햇살이 드는 창이 있다는 점이 토함산 석굴암과 공통점이다.

 

   
보안암 앞에 있는 시루떡을 쌓은 듯한 모습의 독특한 바위


보안암 앞에는 이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김새와 성분이 다른 특이한 바위가 있다. 허투루 지나칠 수 있어 한번쯤 눈 여겨 보기를 권한다.

보안암을 나와 갈림길에서 물고뱅이마을 둘레길 3.9㎞이정표를 따라 돌아간다. 너덜지대 소망돌탑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길은 걷는 재미를 더한다. 거기에 새소리 바람소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싱그러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오전 11시 50분, 봉암산 정상은 큰 바위지대이다. 이 지역의 산봉우리는 대부분 동글동글한데 이 산 정상만이 화강암으로 돼 있다. 남쪽으로 보이는 봉명산과 먼 산의 실루엣이 특징적이다.

휴식 후 서봉암으로 내려간다. 암자 앞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넓은 시멘트 길을 따르면 용산마을로 가기 때문에 오른쪽 숲길을 택해야한다. 차밭이 나온다. 1960년 다솔사 주지 효당이 차나무를 가꿔 ‘반야로’ 명차를 탄생시켰다. 이 일대에는 이런 차들을 키우는 차밭이 몇곳 있다.

 

   
차밭


차밭 논두렁을 따라 걷다가 작은 개울을 건넌 뒤 오름길을 재촉하면 봉명산 약수터이다. 광촉매 UV 살균장치 시설을 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언덕을 넘어 내려서면 다솔사 방향이다. 또 갈림길에서 주의해야 한다. 산에서 내려가면 안 되고 산허리를 돌아간다는 느낌으로 진행해야 한다.

산기슭을 돌아가는 고즈넉한 오솔길은 명상의 숲이라 할만하다. 마음에 새길 명사들의 명언이 길옆 나무에 걸려 있다.

평범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 억지로 잘 하려고 하지마라/삶이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배움터요, 학교다/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봄처럼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너덜지대를 지나 오후 2시 10분 다솔사로 회귀했다. 다솔사 앞에 있는 어금혈 봉표는 1890년 고종 때 어명으로 경상도 진주관아 곤양읍성에서 세운 것이다. 묫자리 쓰는 것을 금지한 표석이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2018021301010004327_gn20180109봉명산 다솔사 (41)
소망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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