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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이바지 음식’새신부 따라서 친정집 장맛도 시집가는 날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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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22: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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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씨-이바지음식
현숙씨-이바지음식


옛날 결혼식은 신랑신부 양쪽 집안의 거대한 행사였다. 전통혼례는 중국 송나라 때의 혼례절차가 조선으로 넘어와 사대부층에서 자리를 잡아 전해졌다. 복잡하고도 거창한 절차의 마지막 단계가 신랑이 신부를 데려가는 대례인데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보는 혼인식 장면이다. 대례를 마치고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본가로 돌아가면 신부는 시댁어른들에게 처음 인사를 드리는 폐백을 진행한다. 요즘은 물론 한 두 시간 안에 대례부터 폐백까지 한번에 치른다.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는 마지막 편으로 신부가 신랑집으로 갈 때 챙겨가는 이바지 음식을 소개한다.

이바지 음식은 시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정성의 의미가 들어 있다. 본래 새 식구가 된 신부가 시댁 사당에 제사를 지내는 데 사용할 음식으로 준비해 간다. 전이나 떡 같은 제사음식들이 들어 있는 이유다. 요즘은 시가에 들어간 신부가 다음날 아침 상을 쉽게 차릴 수 있도록 반찬가지를 챙겨 보낸다. 시아버지를 위한 술과 안주거리도 챙기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니 반찬, 안주, 떡, 한과가 고루 들어가는 셈이다. 어쨌든 새신부 집의 손맛을 선보여야 하는 친정 어머니에겐 큰 숙제다. 간이며 차림새까지 신부네 집의 음식맛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며느리에게 친정과 시댁의 맛의 차이를 줄여나가는데도 유용하게 쓰였다고 현숙씨가 귀뜸했다. 신부네 집의 음식맛을 알아 보겠다던 옛 지혜와 달리 이바지 음식도 직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바지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드는 종류들이 많다. 며칠씩 손을 놓고 음식장만에만 매달리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에겐 간소화 되고 취향중심으로 변해가는 풍속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술은 전통주를 굳이 챙기지 않고 좋아하는 주류로 바뀌고, 익혀서 보내는 것이 정석이던 음식을 바로 익혀 먹을 수 있도록 날것으로 보내기도 한다. 꼭 챙겨 넣는 떡은 모양 좋은 것으로 장만해 개별포장으로 손님 치를 때 편리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잔칫날 국수가 빠질 수 없으니 천연재료로 색을 낸 오색국수를 곁들이고 소갈비에 귀한 해삼, 전복을 넣은 갈비찜도 한 솥 끓인다.



 
현숙씨-이바지음식
현숙씨-이바지음식


꽃과 고명으로 멋을 낸 생선찜에 전유어, 산적 같은 안주와 자반, 젓갈, 구이, 장아찌 등 반찬도 구색 갖춰 보낸다. 종류별로 멋을 낸 떡도 빠질 수 없다. 유과, 약과, 강정 같은 과자류도 안주거리로 챙겨 넣는다. 맛과 멋을 한껏 뽐낸 음식들은 제각각 어울리는 그릇에 담고 한지로 에워싸고 색색의 보자기로 감싸주면 포장 하나하나까지 정성이 한가득이다.

재료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고르는 것부터 며칠씩 음식을 장만하는 과정을 거쳐 고운 보자기로 제각각 포장한 그릇들을 시댁으로 보내는 것까지 이바지 음식에 들어가는 정성은 끝이 없다. 주부들이라고 예전처럼 음식장만에 반평생을 보내는 시절이 아니니 이제는 종종 생략되는 예식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신부네 손맛이 시가로 전해져 며느리가 안주인이 되는 먼 훗날엔 두 집안의 손맛이 어우러진 새로운 맛으로 다음 세대를 맞았을 거다. 요새는 장도 사다먹고, 김치도 사다먹는 시절이다. 삼시세끼 밥 차려 먹을 사치는 고사하고 고만고만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엇비슷한 밥상을 받아들고 끼니를 때운다. 그도 아니면 패스트푸드점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허기를 채운다. 사는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졌으니 이해하고 살 일이다만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고, 김치맛이 다르고, 숭늉 맛도 달랐을 그 시절 음식이야기가 그립기도 하다.

‘집밥’ 타령은 알고 보면 누가 차려주는 맛일지 모른다. 밥 짓는 일부터 엄두가 안나는 ‘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 2년간 현숙씨의 밥차가 ‘백선생’처럼 하나하나 밥상을 차리고, 찻상을 마련했다. ‘팔방미인 육수’가 말해주듯 요리의 기본은 정성이다. 밥상을 차리는 마음이 텃밭 앞에서 불 앞에서 장독 앞에서 눈길 한번, 손길 한번을 더했다. 이바지 챙겨보내는 엄마의 마음처럼 현숙씨의 마지막 조언은 처음 처럼 “한 끼 식사가 몸을 위해, 마음을 위해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밥이 삶이 되고 삶이 차가 되는 현숙씨의 사콤달근한 밥차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밥차-현숙쌤
우리네 음식은 정성이 반이다. 한지상자에 싼 한과를 공단 보자기로 감싸고 있는 김현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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