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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관크와 에티켓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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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8  1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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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관크라는 말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면서 관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영화관이나 공연장 등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줄 때 쓰이는 용어인 ‘크리티컬(critical)’과 ‘관객’이 합쳐져서 나온 신조어다.

관크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관크를 부르는 명칭도 유형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수구리’는 좌석에서 등을 떼고 앉아서 어깨나 등으로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위로서 모자나 올린머리도 시야를 방해할 정도이면 여기에 해당된다. ‘폰딧불’은 폰과 반딧불의 합성어로 휴대폰 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커플끼리 지나친 애정행각을 하는 관크는 ‘커퀴밭’으로 커플 바퀴벌레의 약자이다. 공연이 시작된 후 좋은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메뚜기 관크’도 있고, 대사나 노래를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며 따라 부르는 ‘붕어관크’, 연극이나 영화의 내용을 옆 사람에게 미리 설명해주는 ‘설명충’도 있다. 이밖에도 의자를 발로 툭툭 차는 행위, 신발을 벗거나 트림을 해서 냄새를 유발하는 행위, 음식물을 반입하여 냄새는 물론 음식물 씹는 소리로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 등 다양하다.

관크는 결국 관람 에티켓의 문제로서 영화의 경우에는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오페라공연이나 연주회의 경우에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나 연주자에게도 방해를 줄 수 있다. 연극이나 가수들의 공연에서 관객들의 지나친 관크행위는 연기의 흐름을 끊어버릴 수도 있고, 클래식연주회에서 한창 분위기가 고조된 순간이나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마지막 여운을 길게 음미하는 가운데 돌연히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는 감동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나 보려고 비싼 돈 내면서 관람하는 줄 아느냐고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관람을 하든간에 다른 사람도 역시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배려라기 보다는 하나의 기본 매너이고 에티켓이다. 공연장을 통째로 사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지불한 것은 전체 좌석 중 한 개의 좌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자유와 권리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관크가 공연장의 적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공연의 성격에 따라서는 관객들의 열광이 성공적인 공연의 전제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내용에 따라서는 환호와 박수가 동반되는 영화나 공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작은 실수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넘길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관크를 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관크로 단정하고 매번 문제를 제기하거나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역시 또 다른 관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관람할 수 있을 때에 공연문화와 관람문화가 더욱 성숙해 질 수 있다.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현대사회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은 우리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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