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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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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0  0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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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깼어?”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저녁 찬거리가 될 푸성귀를 가리고 있는 현태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남새밭 출입까지 한 모양이었다. 그때,

“할매, 옆 집 할매가 이거 주데.”

하면서 학원 가방을 멘 사내아이 하나가 촐랑촐랑 들어섰다. 아이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 팩을 받아들고 속을 들여다보던 현태의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손에 들린 것을 집어던져버렸다.

“아이구 이 일로 어찌할꼬. 이놈의 손이 또 해찰부리고 있네.”

탄식조로 내뱉는 할머니의 실망은 아랑곳없이 어린애는 짓궂은 웃음을 큭큭 입을 막고 웃는다. 그러던 아이가 다시 비닐봉지 속으로 제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할머니의 얼굴 앞에다 대고 흔들면서 히히히 웃어댔다. 아이의 손에서 저울추처럼 흔들리는 것은 꼬리 잡힌 죽은 쥐였다. 민망해진 현태어머니가 양지를 곁눈질하며 제지하는 손길로 아이의 등짝을 쳤다.

“아이고 이놈의 새끼야! 하루를 그냥 못 넹기고 이기 무인 짓이고. 손님도 오싰는디.”

개구쟁이를 넘어 악동으로 변한 아이는 제 할머니께로 죽은 쥐를 휙 집어던지며 다시 해해해 웃어젖힌다.

남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유도하는 방식이 심심할 때 많이 해 온 듯 익숙한 행동이다. 현태의 어머니가 양지의 눈치를 보면서 억지로 분위기 무마용 웃음을 같이 날렸다.

“저 놈아가 또 괴변 났다. 지도 마음 붙일 데가 없으니 저런 해찰로 허한 심정을 달래는 거라. 지 맘을 빤히 아는데 우짜겄노. 완아. 네 아빠 친구다, 인사 디리라.”

아빠의 친구라면 으레 남자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아이가 똥그란 눈으로 양지의 전신을 쓱 살폈다. 양지를 올려다보는 눈매가 선연 현태를 빼다 꽂았다.

현태와 결혼했다면 자신의 아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싶으니까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이 묘한 파장을 일으키면서 지나갔다. 아이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던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싫다. 아빠도 없는데 친구는 뭔 친구!”

어리지만 보통내기가 아닌 반항이다. 이 아이. 실한 보호자 없이 자란다면 전도가 빤히 읽혀지는 장면이다. 아이가 가방을 풀러 안집으로 들어간 뒤 죽은 쥐를 치우고 다듬던 푸성귀에 손을 대면서 축축해진 음성으로 현태어머니가 중얼거렸다.

“지 에미는 벌써 신 돌려보냈지만 중국에 돈 벌러 갔다고 했제. 기시는 기 나쁜 줄은 알지만 철 들 때까지만 그러기로 했어. 고얀 놈, 저 본 듯이 보라꼬 저 핏덩이 하나 남기고 갔는가 싶어 고맙다가도 밉다. 늙마에 이기 뭐꼬. 나도 인제 힘이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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