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KAI의 변화를 기대하는 지역경제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일포럼] KAI의 변화를 기대하는 지역경제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2.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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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영진의 비리와 분식회계 등 방산비리로 얼룩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태로 지역경제는 최악의 길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 신임 사장을 영입하여 강력한 구조조정의 드라이브로 정상화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여기에 KAI가 정부지원 항공정비(MRO)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지역경제는 재도약의 기회를 잡아 가고 있다.

KAI는 작년 말 현재 4100여 명의 임직원이 생산한 연간 매출액은 2.1조 원으로 이는 사천시 지역내총생산(GRDP)의 76.3%, 경남도의 1.9% 규모로 사천지역은 물론 경남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KAI는 ‘뉴 KAI’라는 슬로건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하여 안정을 찾고 있다. 11개 본부로 방만하게 운영되어 오던 조직을 5개 본부로 통합하는 등 조직의 슬림화를 통하여 경영의 효율성 제고와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였다. 한편 블라인드 채용, 승진, 평가 등 인사제도를 재점검해 그동안 만연해 온 채용·승진 비리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이로써 올해는 지난해보다 42%나 증가한 2조 6775억 원의 수주를 목표하고 있다.

KAI가 항공기 제조사로서 MRO를 위한 시설과 정비 보유 장비는 물론 경남도와 사천시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 등의 인프라에 힘입어 연간 1.8조원 규모의 국내 수요가 있는 MRO 사업에 선정되었다. MRO 사업의 동북아 시장규모가 2014년 9.6조 원에서 2022년 14.2조억 원으로 연평균 5.4%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본 사업이 완성되면 현재 48.5%의 해외의존도가 23%로 줄어들어 수입대체 효과를 그만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현재 5000명 수준에서 2만 명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6.5조 원의 산업파급효과로 경남서부지역 경제는 물론 경남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비전을 가진 KAI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첫째, 노사관계의 혁신적인 변화이다. KAI의 노동조합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2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입고 있는 가운데서도 7.6%의 임금인상 요구를 하며 쟁의를 결의했다. 적자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가운데서도 임금인상을 요구한 군산의 GM이 결국은 공장폐쇄의 길로 갈 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선진국형 노사문화를 만들어 미래에도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둘째, KAI는 사기업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공기업도 아닌 주인(?) 없는 기업이기에, 자율적 경영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자칫 자기보신주의 매너리즘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새로운 기술 제품의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가치사슬 전반(소재, 부품, 기술, 디자인, 소프트웨어, 마케팅)의 혁신강화를 위한 끈을 당길 때 2030년 세계 초일류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대산업사회의 아젠다 중 하나가 국가균형발전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지역 간의 연계 및 협력 증진을 통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여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그 지역의 주민 특히 청년층에 대한 고용을 책임지고, 자본의 역외유출을 금지하고 지역 내 재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기업의 역할이라 할 때, KAI도 그 중심에 서야 지역민의 사랑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MRO 사업을 경남에 유치한 것은 지자체, 지역민 그리고 KAI와 ‘3위 일체’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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