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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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8.02.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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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진주에 처가를 둔 이승훈 시인 가다(2)
 
 
 
이승훈 시인은 학창시절에 아버지의 병원 이동 근무와 아버지의 신병으로 늘 이사하고 늘 불안한 생활을 보내야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는데 학교갔다가 집에 오면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러면 아버지가 먼저 부임한 병원이나 시골공의 근무처로 이삿짐 뒤에 앉아 이동해야 했었다. 아마도 강원도 춘천이나 영월이나 강원도 남단 끝에까지 가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이사를 가서 친구도 없는 낯선 곳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물끄러미 교사를 바라보거나 돌팔매질이나 하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의사라 그 길을 가기 위해 습관적으로 그냥 의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의사라 했지만 반듯한 병원에 근무한 것이 아니라 시골에 공의 같은 자리를 찾아가는 이동형 의사여서 가정형편은 늘 궁핍했고 불안했다. 그러니 의과대학 진학도 접어야 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영월로 가는데 영어단어장과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카프카를 들고 가 읽었다. 그는 체코 작가 카프카의 작품들, 특히 ‘성’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주인공 K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와 권위와 제도라는 것에 대한 동질의 의식을 지니게 되어 앞으로 문인이 되면 카프카의 실존적 의식을 파헤치는 시인 작가가 되리라 다짐했다.

‘성’에서 보면 마을 사람들이 권력의 상층부인 ‘성’의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성의 측량기사가 되기 위해 성 밑에 도착한 주인공 K 또한 그 권력에 길들여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이 이승훈의 경우에서 볼 때 실감을 자아내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그도 한없이 맴돌고 떠돌고 되는 것이 없고 쓸쓸하고 불안하고 그런 역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영월에 있다가 신문 공고에서 학교 성적만으로 모집하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섬유공학과 특대생 모집에 응시한다. 후에 그는 왜 섬유공학과에 응시한 것일까를 물었을 때 “왜 섬유공학과인지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 학과를 선택을 했으리라”고 말했다. 그 학과에서 아내를 만났고 또 오랜 시간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었다. 아내 최정자 여사가 1960년대 말인지 1970년대 초반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여원’인지 ‘여상’인지 하는 여성잡지가 모집한 문학상에 당선되어 화제가 되었다. 당선자의 주소가 ‘진주시 평거동 굴바우’로 나와 있어 진주의 여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시내 모 동인 단체에서 주소를 수소문하여 그 굴바우라는 곳으로 찾아 갔는데 놀랍게도 이승훈이라는 시인이 보호자라는 것을 알고 기겁초풍을 하고는 도망쳐 나왔다는 것이다. 그때 기겁한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어 있는 문인이다.

이승훈 시인은 진주에 처가를 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필자는 이승훈의 인생 3대 거점을 ‘춘천(태생지)-왕십리(평생 직장 한양대 캠퍼스 소재지)- 진주(진주 평거동 효성농장)’라 하면서 ‘이승훈 가다’라는 시를 썼다. “그는 안개다/ 안개로 왔다가 안개로 갔다/ 저무는 것은 시간이지만/ 저물지도 않고 갔다//그의 집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의 하늘도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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