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판, 이 바닥
문화판, 이 바닥
  • 경남일보
  • 승인 2018.02.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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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
김지원기자
바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평평하게 넓이를 이룬 부분’ ‘물체의 밑부분’ ‘지역이나 장소’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우리는 대부분 어떤 단체나 조직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을 ‘바닥’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경우 대게 ‘이 바닥’이라고 하는 영역은 나쁜 습성의 묵인지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이 바닥에 다시는 발을 못붙이게 하겠다” 라는 말이 품은 뜻은 권력이고 폭력이다. 명망있던 한 연출가의 성추문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문화판의 ‘#Me Too’ 폭로는 지역 문화계는 물론 전국 연예계까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출가 이윤택이 창단한 연희단거리패 출신의 유명 배우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문화계뉴스인지 사회뉴스인지 분간이 안되는 일이 연일 발생하고 있다.

혹자는 “왜 성추행을 당하고 있느냐, 왜 참고 있다가 이제야 말하느냐”고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쉽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바닥’을 생각해봐야 한다. 19살, 20살의 청춘들이 내 인생을 바치겠다고 어느 장르를 선택하고 그 장르의 장인이 지휘하는 단체에 간신히 발탁되어 들어갔다고 치자. 조직의 큰 어르신이 내리는 요구에 “이건 아닙니다” 라며 뛰쳐 나오는 일이 이렇게 글로 쓰는 것 만큼 쉬운 일일까?

그것보다 이 사람의 영향력이면 갓 첫발을 내딛은 초년생 하나쯤은 ‘이 바닥에 발도 못붙이게 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을 예상해보는 것이 훨씬 쉽다.

‘문화예술계 바닥’에서 벌어진 권력에 의한 이런 성추문은 한층 화가 난다. 왜냐하면 대중의 인기를 통해 얻은 권력을 원래의 제 것 인양 휘둘러 자신들을 보고 꿈을 키웠을 신인 예술가의 발목을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에 쳐주었던 박수가 한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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