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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에 관하여
최봉억(김해계동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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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5  15: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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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억

퇴역하는 이의 시간표에는 단지 퇴역하는 시점의 시간적 물리량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와 같은 맥아더 장군의 퇴역 연설처럼 흔적은 사라지지만 레전드 같은 그의 정신과 철학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의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와 같은 유언은 물리적 소실 내지 생물학적 마감과는 무관하게 그의 삶이 현재진행형 처럼 여겨지도록 한다. 왜냐하면 그 말에 대한 상황적 스탠스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시대를 넘나드는 매우 강력한 울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 중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다. 생전의 열정적 삶과 그의 기념비적 작품들 앞에서 어느 누구도 그의 삶이 허송세월로 허비하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그 말이 그저 삶의 헛헛함에 대한 소회라고만 치부하지 않을 뿐더러 도리어 일상에 집착하는 보통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교훈이 된다.

이렇게 레전드는 퇴역이든 삶의 마감이든 끝이 끝인 게 아니라 내내 우리의 가슴 속에서, 영혼 속에서 사유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그래서 전설은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성대하고 화려한 만큼 많은 레전드와 스토리를 남긴 16일간의 대장정, 대한민국 평창올림픽이도 이제 끝이 났다. 우리는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최소 4년 이상 준비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끝을 목격한다. 승리한 자는 승리한 자대로, 아쉬운 자는 아쉬운 자 대로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통해 보상과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보상과 위로 속에는 어느 곳에도 공짜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전설의 뒤에는 보통 사람은 가히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노력들이 있었음을 안다.

학교의 2월은 평가와 반성을 지나 소회와 다짐이 교차하는 기간이다. 학생들의 졸업과 함께 40여년 길고 긴 교직생활을 뒤로 하고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 중 종업식장에서 “무엇을 하든 성실하라, 어떤 것을 얻고 싶든 노력하라”고 훈화하시는 노(老)교장님의 말씀이 평범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서로 다른 무언가의 끝에서 이토록 심각해지고 싶은 이유는 끝은 새로운 대장정의 시작이겠거니와 긴장과 함께 기대감 역시 교차하기 때문이다.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2월과 3월, 습관처럼 새로운 다짐을 해 본다.

 

최봉억(김해계동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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