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혼자’ 즐기다 ‘고독사’ 할라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일포럼]‘혼자’ 즐기다 ‘고독사’ 할라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2.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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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나 혼술이라는 신생어가 나온 지 몇 년 만에 여러 방송사에서 혼자 사는 삶이라는 뜻의 ‘혼살이’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방송하였다. 혼살이는 우리사회의 한 모습이 되었고 실제로 많은 인구가 혼살이를 즐기고 있다. 이에 맞춰 외식업계나 편의점에서는 혼살이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예를 들어, ‘혼자 놀기’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혼자 놀기의 대표적인 예는 코인노래방에 혼자 가는 것이다. 물론 코인노래방에 한 사람만 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대와 20대의 이용객들은 주로 혼자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서울의 모대학교에서도 기숙사에서 대학생의 집단 놀이를 상징하던 당구장을 없애고 코인노래방을 설치하였더니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는 뉴스도 나온다. 따라서 혼자 놀기를 즐기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혼살이가 유행하는 원인을 1인 가구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이 2000년 15.5%에서 2015년 27.2%로 증가했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혼밥과 혼술 등이 자연스런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살이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스스로 혼자 살기를 더 원하는 청년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부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신조어가 널리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은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충분히 즐기자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나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대신 현재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즐기자는 개념이다. 특히, 혼살이를 자발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욜로’라는 가치를 더 빨리 더 쉽게 받아들인다. 욜로족은 주택가격이 너무 높으니 주택구입을 아예 포기하고 월급을 모아서 대신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맛 집을 찾아다니거나 고급자동차를 사서 전국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즉, 이들은 지금의 인생을 혼자 즐기는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가치가 한국의 청년들에게 급속히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자신의 미래를 기대만큼 좋게 만들 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마음도 한 가지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수포자나 영포자가 된 경험이 있는 20-30대들은 욜로라는 가치에 쉽게 동화될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그런데 혼자 살기를 즐기는 청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뉴스도 자주 나오고 있다. 부산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고독사한 사람에 관한 뉴스가 자주 나오더니, 최근에는 서울이나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고독사한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노인 고독사도 있고 청년 고독사도 있다. 노인들의 사례가 많기는 하지만, 청년들의 고독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도 나오고 있다. 고독사하는 노인들은 주로 집단주의 문화가 팽배하였던 대가족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분들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왔던 사람들도 고독사하는 마당에 ‘혼자’를 즐기는 청년들은 고독사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고독사가 점점 증가한다는 뉴스는 혼살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그러나 혼살이가 고독사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즐기기 위해 자주 마신 술이 간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혼자만의 삶이 고독사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혼자만의 삶을 즐기면 고독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틀리면 오히려 더 좋겠다.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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