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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박물관 편지[4]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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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02: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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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츠하위스의 외관 전경.

네덜란드의 정식 수도는 암스테르담(Amsterdam) 이지만, 정치 중심지로써 실질적인 수도역할을 담당하는 도시는 헤이그(The Hague)이다. 1907년 이 곳에서 만국평화회의가 열렸을 당시 고종황제는 헤이그 특사(이상설, 이위종, 이 준)를 파견하여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결국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여 우리의 염원이 실현되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작지만 보석 같은 소장품들을 자랑하는 미술관 ‘마우리츠하위스’가 있다.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는 미술관 건물의 첫 소유자 요한 마우리츠(Johan Maurits)의 이름과 네덜란드어로 집을 뜻하는 ’하위스(huis)‘가 합쳐진 이름이다. 아기자기한 외관과 미술관 뒤편의 연못이 함께 어우러져 ‘보석상자’라는 별칭과 함께 네덜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미술관 건물은 17세기 야콥 반 캄펜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네덜란드 건축물 중 당대의 고전 건축 설계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건축물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마우리츠하위스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에 활동했던 화가들과, 플랑드르(16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발전했던 미술, 17세기 이후는 벨기에 지역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됨) 출신화가 렘브란트, 루벤스, 베르메르, 브뤼겔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800여점이 넘는 회화작품만을 소장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소장품들은 대부분 18세기 네덜란드 총독 오란녀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미술품들로, 나폴레옹군대가 네덜란드를 침략했을 당시 프랑스 루브르로 보내지기도 했다가 프랑스군이 물러난 후 다시 오란녀 가문으로 돌아왔다. 당시 집권하였던 윌리엄 1세가 미술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덕분으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관람객들이 감동을 함께 공유 할 수 있게 되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모나리자’가 있다면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에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작품은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의 걸작으로 화가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소녀의 얼굴을 보면 이내 그림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이 작품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커다란 사랑을 받기 까지는 화가 베르메르와 이 그림을 주제로 한 영화가 크게 한 몫 했다.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는 개봉 직후부터 대중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렸고,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개봉했다가 올해 2월 극장가에 재개봉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어 트로뉴(trogne)에서 파생된 트로니(Tronie)는 머리, 얼굴을 뜻하며 일반 초상화하고는 달리 두상을 부각시켜 그린 그림을 일컫는데, 이 그림도 트로니의 일종이다.

이 그림은 화려한 색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도 아니고, 참신한 소재로 눈길을 사로잡지도 않는다. 그저 어두컴컴한 배경에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의상과 터번을 두른 매혹적인 소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 그림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실제 모델에 관해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서 오늘날 이를 둘러 싼 갖가지 추측은 소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더 증폭시킨다. 게다가 소녀의 옷은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의 의상이라고 하기 에는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녀의 신분과 국적은 더욱 더 의문으로 남는다. 소녀의 입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끄럽다 못해 반짝하게 윤기가 나는데, 빛과 물감을 적절히 이용한 베르메르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게다가 살짝 벌어진 입은 소녀가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져 그림에 생동감과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그림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녀의 얼굴뿐만 아니라, 귀에 이슬이 맺힌 것 같이 걸려 있는 진주귀걸이다. 화려함이나 사치품으로 생각되어지는 다른 보석들과는 달리 소녀의 귀에 걸린 진주귀걸이는 깨끗하고 단아해 보이지만 중후한 멋으로 그림에 더욱 더 무게를 실어준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중 한 장면.


베르메르는 작품을 느리게 완성하기로 유명하여 평생 그가 남긴 작품은 겨우 30여점에 불과하지만, 베르메르만의 표현기법과 빛을 이용해 만들어낸 색채 등을 통해 많은 신비감과 궁금증을 자아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베르메르와 그의 작품에 대해서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화가를 대표하는 이 그림조차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서 그렸던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누구에게 의뢰를 받았었는지에 대한 기록도 전혀 없으며, 그림안의 소녀는 11명의 자녀들 중 한명 일 것 이라는 추측과 영화에서처럼 베르메르의 집에서 일하는 시녀 중 한명 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만이 존재 할 뿐이다.

이 그림이 1881년 헤이그 경매시장에 나왔을 때, 작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자는 한 미술 감정사의 조언으로 데스 톰베(Des Tombe) 라는 사람이 과거 네덜란드 화폐로 2길드 30센트(한화 약4만원)에 그림을 얻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그림의 상태가 좋지 않아 2번의 복원작업을 거쳐 베르메르의 색감과 미묘한 표현들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톰베는 이 그림을 상속하지 않고 1902년 자신이 수집한 다른 그림들과 함께 마우리츠하위스에 기증하여 캔버스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소녀를 전 세계인들의 품으로 보내주었다.

마우리츠하위스는 2012년부터 2년간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확장 공사를 시행했는데, 공사기간동안 이 그림은 도쿄, 고베, 뉴욕, 샌프란시스코, 볼로냐 등에서 전시 되며 또 다시 베르메르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작품이 다시는 미술관을 떠날 일이 없을 테니 우리는 이 그림을 보기위해 마우리츠하위스에 방문해야 한다. 조그마한 그림 한 폭이 이끄는 매력에 빠져 들고 싶다면 헤이그(The Hague)는 놓쳐서는 안 될 도시이다.



주소: Plein29, 2511CS, Den Haag 네덜란드

운영시간: 월-일 10:00-18:00

홈페이지: http://www.mauritshuis.nl/

입장료: 성인 15.5유로, 19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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