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0)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0)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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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니가 한 두 번 하는 소리도 아닌데 귀에 못따까리 앉도록 들었다 아이가.”

“우선 이 문제에 대해서 니가 이렇게 관심을 가졌고 박식해졌다는 것만도 참 미덥고 든든하다. 요즘 들어 미혼모들은 부쩍 늘어나는데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완고한지 의식혁명이 왜 중요한지 일아야 해. 이런 고민과 변화가 있을 때 해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이 늘고 양육을 원하는 미혼부모에게 전폭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가동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양지의 생각처럼 국내입양 우선에 대한 찬반도 만만찮은 걸 그 기사는 말해주었다.

‘삶의 자리를 빼앗긴 해외 입양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면 하루 속히 해결책이 나와야한다. 그러나 해외입양 종결이라는 극단적 수단은 반대다. 입양은 응급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책이다.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흐른다. 아이들이 나이 들수록 입양기회는 희박해지고 입양되더라도 애착 형성이 힘들어진다. 해외 입양 종결을 촉구하는 이들은 원가보호 대안공동 보육시설확충 등의 대책은 말하지만 시설에 넘쳐나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어야할 현재에 대한 얘기는 없다. 내 핏줄을 키우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바로 입양편견의 자인이나 마찬가지다. 혈연 중심주의에 매몰되면 누구 핏줄인지 모르는 아이는 없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고 비밀 입양을 권하거나 해외입양을 떠넘기게 된다. 한국이 경제 대국으로 진입했는데도 왜 해외입양을 보내는지 진정 알고 싶다면 국내 입양가족이나 미혼모들이 일상에서 겪는 싸늘한 시선과 차별을 알아보기 바란다. 한국 사회의 왜곡된 정서를 체감할 때 당장 해외입양을 종결하라는 것이 얼마나 지나친 주장인지 이해할 것이다.’

이들 언론을 참고하지 않아도 양지는 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입양 보내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자신의 정체성 속에 방황하다 자살을 하거나 돌아 온 귀남언니처럼 성가신 혈육으로 낙인찍히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우선 비극적인 일을 최소화시키는 장치로 자연이나 바람 공기, 햇살이나 언어만이라도 낯설지 않게 해주는 것으로 그들이 마음의 상처를 덜 입고 자라도록 배려해야한다. 버려지거나 보호자 잃은 미아들을 거두어서 그들의 굶주린 사랑을 채워주는 온실을 만들어 비뚤어질 수 있는 그들의 정서부터 안정시켜주는 것이다. 비록 물질은 풍부하지 않을지라도 용남언니와 그 가족들이 보인 사랑과 화목은 사람이 사는 근본을 깨우치게 했다.

양지의 얼굴에는 어느새 저도 모를 미소 한 자락이 자리를 잡는다. 이모. 어디 갔었어. 짝짝이 팔을 휘두르면서 뻗은 수연의 재롱이 그녀에게로 다가온다. 비록 현태를 잃기는 했지만 수연을 지킨 것만으로도 독신생활의 손익보상은 충분하다.

집으로 돌아 온 양지는 외출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서랍 속에 넣어 둔 통장을 확인한 뒤 우체국으로 갔다. 현태어머니의 이름으로 송금된 우편환은 아빠의 여자 친구에게 엄마 역할을 부탁하던 현태아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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