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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아기설(啞器說)과 '놈'자 교육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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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16: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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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용언의 관형사형 어미 뒤에 쓰여, 남자를 낮추거나 욕하여 이르는 말’인데 원래는 한자 ‘놈 자(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보통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훈민정음에서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놈(사람)이 많으니라.(終不得伸其情者多矣)’라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놈’자는 지금의 의미처럼 낮추거나 욕하는 말의 의미로 변했다.

문학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해방 직후 유행한 민요의 가사 중에 “미국놈 믿지말고, 소련놈에 속지마라. 일본놈 일어나고 중국놈에 중(죽)는다, 조선사람 조심해라!”가 있다. 이 노랫말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위 강대국 이름 뒤에 ‘놈’자를 붙인다. 반면 약소국이나 주변국 나라명 뒤에는 ‘놈’자 대신 ‘사람’이라 부른다. ‘인도 사람, 베트남 사람 멕시코 사람, 페루人’ 등이 그 예이다.

우리 민족이 이런 ‘놈’자를 사용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해방 공간에서는 강대국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 때문인 것 같고, 그 후엔 그들도 별 것 아니라는 무시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높이는 자존(?)의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그런가하면 근자의 국제질서와 국가 간의 힘의 경중을 놓고 벌이는 한국 외교의 현주소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께서 하신 말들을 보면 앞에서 말한 ‘놈’자와 ‘사람’의 의미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미국은 ‘반감과 무시 대상’으로 확실히 ‘놈’이고 일본은 고만고만한 ‘사람’이며 중국과 북한은 우리고 받들어야 될 대상인 ‘분’인 것 같다. 그것은 미국의 수입 규제 발언에 대해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 하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엔 한마디의 항의도 못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고, 미국의 대통령은 시위대에 막혀 판문점행이 취소되었지만, 북한의 귀빈(?)은 시위대를 우회에 군사도로를 거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함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안정복은 ‘아기설(啞器說)’이란 글에서 ‘말을 해야 마땅한데도 말하지 않음은 비웃음의 대상이고,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도 말을 해서 화를 자초함은 경계의 대상’이라 했다. 아! 학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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