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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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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6  1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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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주(시인)
산골생활에 접어든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동네 어르신 몇 분이 집을 찾아왔다. 차와 과일이 나오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가다 노인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문 교장이 아마 용띠. 그러니까 올해 환갑 맞지?”, “예, 그렇습니다”, “어린 녀석이 어르신들 앞에서 버릇없이 벌써 환갑이 됐습니다”, “하 하. 맞구먼. 다름 아니고 문 교장이 이제 우리 마을 노인회에 회원으로 들어와야겠다 그 말씀이네”, “예! 제가 노인회를요?”, “전에는 노인회 가입자격이 65세였었네. 그런데 요즘 시골에 어디 노인들이 그리 많이 있능가”, “그러니 회원들이 점점 줄어들어 몇 되질 않아. 그래서 60세로 자격을 낮추었다네. 문교장이 올해 61세가 되니 우리 마을 노인회에 들어와서 같이 놀러 가고 일도 좀 하고 서로 어울리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서 왔으니 문교장이 마을 노인회에 드는 것으로 알고 가겠네”, 예, 뭐라고요? 아니, 회장님. 그게 아니고. 그게 생각 좀 해보고…”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원자탄 핵폭발이 일어났다. 횡설수설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노인에 노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오늘 느닷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하루아침에 노인이 되었다. 나이를 먹고는 있었지만 아직 한참 일 할 나이의 원숙한 장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언젠가 어린아이가 이 할아버지는 누구야? 라고 말할 때 섬뜩하고 마음이 상해 고놈 참! 하고 자리를 피한 적 있다. 그로부터 5년 후 이제 나는 완전 노인이 되었다. 목욕탕에 갔더니 경로요금을 받는다. 서울에 갔더니 전철 요금을 받지 않는다. 충격이 왔다. 나는 심한 노인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갔다. 물론 노인을 내가 거부하거나 노인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마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충격은 마음 전체를 멍들게 하였다. 내가 노인이라니-

마음에 충격이란 항상 준비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다. 갑작스럽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크다. 죽음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렇다면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서 나는 노인에 대해, 죽음에 대하여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 되리라.

백 번 꽃 피우고 백 번 잎 떨구니 백년의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 겨우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잎처럼 나는 왜 그리 슬픔도 많이 눈물도 많이 흘렸는지 그러나 우리의 사랑 위하여 천공(天空)의 일월(日月) 따다 꽃등 밝혀 놓았느니 사랑아, 어둔 밤길 더듬어 달려오라.


문복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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