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꽃길 아름다운 동네숲 가꾸기 나서야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경일포럼]꽃길 아름다운 동네숲 가꾸기 나서야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8.02.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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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면 시인 김춘수가 생각날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하는 시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을까. 당연히 꽃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꽃이고 당신도 꽃이고 우리 모두가 꽃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꽃은 비록 추상적인 꽃이나 우리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은 꽃을 좋아한다. 사계절 꽃이 피고 꽃이 핀 거리를 걷고 싶어 한다.

궁극적으로 봄은 새 생명의 상징이다. 매번 봄은 매섭고 힘겨운 겨울을 이기고 새 생명을 움틔운다. 봄이 겨울에 무릎 꿇는 걸 나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봄이 겨울에 패했다면 우리들도 전 인생을 통해 겨울같이 힘겨운 시련의 시간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봄은 매번 겨울을 이기고 승자의 모습처럼 생명의 환희를 뽐낸다. 복수초가 겨울눈을 비집고 나와 봄이란 기차의 시동을 걸고 산수유며 매화며 생강나무가 노오란 꽃불을 밝히고 앞서 나간다. 그러면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은 기지개를 켜고 내일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이런 봄을 알리는 신호탄들은 모두 꽃이다. 꽃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못생긴 꽃이 어디에 있으며,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에 있겠는가. 꽃은 모두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필자도 꽃을 좋아하지만 더욱 더 좋아하는 것은 꽃 거리를 걷는 일이다. 봄이면 여지없이 도로중앙분리대와 길가 난간에 꽃을 걸어두고 심고 있지만 나는 그것도 그러려니와 우리 동네 곳곳에 꽃 거리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 어둡고 지저분한 골목길을 아름다운 꽃길로 개선하기 위한 동네숲(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필자는 그 기사를 봤을 때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쳤었다. 쌈지공원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땅이 아니라도 우리 동네엔 좁고 허름한 골목길도 많고, 계단 길도 많다. 이런 골목길, 계단길 한 쪽에 화단을 만들고 꽃을 심는다면 얼마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인가. 꽃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마음이 점차 사라진다는 보고를 차치하더라도 어둡고 허름한 길을 걷는 것보다 예쁘고 환한 꽃 거리를 걷는 기분이 훨씬 좋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어둡고 지저분한 골목길을 꽃길로 가꾸는 것은 구도심 곳곳에 도심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과도 잘 어울리는 일이기에 그렇다. 구도심 곳곳을 다녀보면 좁은 골목길에 가로등도 잘 보이지 않아 어둡고 음침한 것이 대부분이기에 골목 벽면과 그 밑에 조그만 공간만 잘 이용해도 보행자의 불편을 가져오지 않고 아름다운 골목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거리도 환해지고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지면 도시가 발전하는 건강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는 이런 사업들이 실행단계에 있다. 앞서 밝혔듯 도시재생사업 같은 것들에 이러한 사업을 연계하여 추진한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경상남도에서는 정성껏 가꾼 경상남도의 100대 정원을 뽑는다고 하니 이러한 사업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정원에 꽃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 것인가. 봄날 동산에 산벚나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듯 우리 주변에 더럽고 보기 싫고 지저분한 곳들을 꽃거리, 꽃정원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그보다 좋은 도시재생, 환경가꾸기가 더 있을까.

생명이 아름다운 건 아마도 봄이 있고 또 꽃을 피우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있고 생명의 상징인 꽃이 피기에 새로운 생명을 얻고 또 생명 있음을 뽐낼 수 있다. 꽃이 있기에 우리가 삶이란 세상에서 아름다운 역사를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꽃이 없다면 우리의 환경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꽃이 있기에 우리들은 그것으로부터 희망과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아마도 꽃에게서, 새 잎을 틔우는 나무에게서, 싱그럽게 호흡하는 숲에서 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꽃봄이 그러한 생명을 깨울 수 있는 것은 희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이 있기에 생명은 아름다울 수 있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경제가 어렵고 곧이어 선거열기가 피어날 것이다. 적어도 지역에 꽃거리가 넘실대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면 희망은 싹 트리라. 온통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에게서 생명을 느껴보고 새 생명의 꽃환희에 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치장해 줄 것은 꽃이다.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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