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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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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1  21: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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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3)
 
   
 


“언니야 니도 취미생활 하나 개발해서 정자언니처럼 이름도 내고 좀 그래봐라.”

“너도 부럽지? 그렇지만 난 아직 아니다. 여건도 안 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양지의 말뜻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도 아니면서 호남은 잠시 먼데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말이 난 김에 못 다한 이야기가 아쉬운지 이내 덧달아서 늘어놓았다.

“그런데 언니, 정자언니가 뭐랬는지 알아? 그 언니 이야기가 더 웃겨. 첨에는 부부 싸움도 많이 했단다. 정자 언니가 깔쌈하게 꾸미고 다니는데 뭐 있잖아. 살림 사는 주부가 그게 뭐냐고. 퇴근만 하면 잔소리는 또 얼마나 심한지 말도 못했단다. 집안이 왜 이리 어수선하게 정리정돈도 안 돼 있고 불결 하냐, 반찬이 왜 이 모양이냐, 잘 다려서 걸어놓은 와이셔츠도 자기가 입고 싶은 걸 먼저 안 다려놓았다고 트집을 잡던 중인데 어느 날은 딱 원고지하고 씨름하는 걸 들켰다나. 그랬더니 골치 아프게 뭔 공부를 더 해서 판검사 될 거냐고 콧방귀를 뀌면서 마구 무시하더란다. 그러던 남편이 이 번 일 있고 나니 글쎄 싹 바뀌었단다. 웃기지? 입이 찢어지게 마누라 자랑을 하고 온갖 집안일도 다 거들어주더니 상 받는 날은 자기가 주인공처럼 굴더란다. 언니는 형부가 뒷바라지 잘해줘서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겠네 했더니 뭐 남자들이 얼마나 이기적인데, 숨어서 공부하다 원고지 뭉치를 구석으로 처박고 수선떨던 시간 내내 마음 졸였던 생각을 하면 코웃음이 절로 난대.”

모두들 참 잘 나간다. 그런데 나는 뭔가. 그런 심정으로 바장이던 양지는 다음 날 마음먹고 정자를 찾아갔다.

“야아.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징조 같다 야. 그 새침떼기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정자는 깜짝 놀란 양지의 방문 일성을 그렇게 내질렀다.

“밥상 차린 자리가 다르면 그럴 수 도 있는 거지. 그런 표현은 사려 깊은 너답지 않다 얘.”

“아무튼, 친구들 모임에도 잘 안 나오던 얘가 이렇게 왕림하다니 놀래는 게 당연하지.”

“너 축하하러 왔지. 너는 네 근본을 지키면서도 성공했으니 참 부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하고.”

“뭔 말이 그리 복잡하노? 부럽다는 말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좀 이해하겠는데 고맙다는 뜻은 뭐꼬?”

“네가 앞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지 어찌 알고?”

“너라면-. 지금은 모르지만 실수하지 않고 욕먹지 않을 행동이나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겠지.”

“와아, 이 가시나 선문답하는 것 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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