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카이사르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최원준(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객원칼럼]카이사르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최원준(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3.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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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분만하는 방법에는 정상 분만으로 불리는 ‘질식 분만’과 수술로 복부를 통해 분만하는 ‘제왕절개술’로 나눌 수 있다. 전공의 때 제왕절개술(帝王切開術)의 용어와 역사에 대해 많이도 궁금하였던 기억이 있다. 왜 ‘제왕’이라는 단어가 붙은 걸까?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의학용어인 ‘Cesarean section’을 그대로 한자로 옮겼기 때문이다. Cesarean은 제왕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caesar’는 라틴어 ‘caedere’에 해당하는 말로 ‘자르다’라는 뜻이다. 즉 카이사르는 어머니 배를 가르고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고대문헌은 기록하고 있다.

근대 이전에는 복부를 통한 분만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시도되었지만 대부분 패혈증이나 출혈로 산모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19세기 초반에도 산모의 사망률이 75%나 되었다고 하니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살았던 로마 시대에는 대부분의 산모가 사망하였을 것이다. 제왕의 어머니도 어찌되었을까. 아쉽게도 카이사르의 어머니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일부 역사가들은 다른 주장을 하기도 한다. 누마 폼필루스 통치 (BC 715~673)하에 공포된 법(lex regia)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며, 이 법은 임신 말기의 여성이 사망하였을 때 매장하기 전에 복부절개술을 실시하도록 명시했고 이것은 로마 황제들의 통치(lex caesarea) 때도 계속 시행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다음백과).

당시 복부절개를 한 후 어떻게든 출혈을 멈추었다고 하여도 가장 큰 문제는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었을 것이다. 파스퇴르(1822-1895·프랑스의 미생물학자) 이전에는 세균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터라 수술 후 나타나는 감염은 수술의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고 운에 맞길 수밖에 없었다.

수술실에서 수술자가 손을 씻고 수술 부위를 소독하기 시작한 것은 파스퇴르 세균발견 이후이니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부터이다. 기록상으로 처음으로 수술부위를 소독하기 시작한 외과 의사는 영국의 리스터 박사였다. 그는 수술을 받는 환자 주변의 공기에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병원균들을 소독하기 위하여 석탄산(흔히 페놀이라고 한다. 페놀류는 알코올의 하나이지만 산성을 나타내므로 석탄산이라 부른다)을 뿌려보았다. 감염과 패혈증을 줄이는 효과는 가히 기적적이었다. 수술 뒤에 상처는 말끔히 치유되었던 것이다. 리스터의 소독술은 처음에 많은 반대에 부딪쳤지만 결국은 외과의 상식이 되었다. 이후에는 다양한 약품과 방법의 개발로 새로운 무균법이 개발되어 소독술을 대치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술은 점점 안전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제왕절개술은 산부인과에서 매우 중요한 수술이다. 수술 전 수술부위 소독과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치료로 최근에는 패혈증의 빈도는 매우 낮다. 산모 및 태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매우 중요한 수술이다.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율리우스 카이사르 어머니의 생존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제왕절개술의 이름의 유래는 매우 흥미롭다.
 
최원준(경상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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