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정삼희 (시인)
봄봄
정삼희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8.03.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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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

내일이면 경칩이다. 경칩은 24절의 셋째로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다. 이는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 봄을 뜻하는 spring은 원래 돌 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풀과 나무의 새움이 땅을 뚫고 솟아나오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뛰쳐나오는 때라고 하여 봄을 뜻하는 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얼음이 금가고 파릇한 미나리의 새순이 돋고 물밑에서 꼼짝도 않던 고기입이 오물거리는 그 섬세한 봄의 생동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꽃샘추위가 필요한 것이다. 활짝 열린 봄의 생명감은 웅숭거리고, 지난겨울의 모진 추위는 봄을 통해서만 서로 감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 한 구절이 있다.

정지용의 춘설이다. 춘설(春雪)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우수 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 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 받이하다/ 어름 글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흰 옷고롬 절로 향기로어라/중략.

봄의 시는 꽃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에 의하여 봄눈에 덮인 서늘한 뿌리와 혹은 얼음이 녹아 금이 간 그 좁은 틈 사이에 있다. 겨울 내내 미루었던 계획들도 다시 한 번 따스한 봄볕아래 펼쳐내어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기 초 새봄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슬기로움이 우리에게 필요 하다. 학생들은 개학과 함께 새로운 학교, 교실, 친구,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내용의 교과서로 공부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차곡차곡 우정을 쌓아간다. 봄은 이처럼 수많은 새로움을 만나는 계절이다. 부지런한 봄꽃은 산과 들에 피어나기 시작하고 농부들은 논밭을 가꾸느라 바빠지는 농번기에 접어들게 된다. 학생이든 농부든, 직장인이든 새봄을 맞아 저마다 새로운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살아간다. 가끔, 새해의 다짐과 기대는 가물가물해지고, 무엇 때문에 바쁘게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잊은 채 기계처럼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자신을 느낄 때면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살아가는 이유, 삶의 목표를 잊은 채 속도에만 매몰된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올 봄, 자신의 꿈과 성공을 향해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아마 미래도 분명 희망의 꽃이 만개하리라.

 

정삼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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