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인세대’의 절규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기고] ‘코인세대’의 절규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4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길명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화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는 10년 쯤 된다. 그동안 4차 산업의 발달로 관심을 받아 오다가 지난해부터 우리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직장, 병영, 고시촌, 주부, 심지어 십대의 고교생들까지 가상화폐 얘기다. 이들은 스스로 ‘코인세대’라고 하면서, SNS에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인증 샷과 초기에 투자한 비트코인이 몇 백억이 되었다는 ‘인생 한 방’의 신화적 영웅담을 쏟아내면서 300만 명 정도 모여 들었다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화폐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고 시장 참여자도 늘어났지만 정부는 사실상 무관심으로 방관해 왔다. 여기에 활용된 기술은 물론 가상화폐의 본질가치, 미래의 기능, 사회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선제적 연구는 물론 지식이 없었기에 그런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진 올 초에야 관련 부처들이 확정되지 않은 규제를 쏟아 내다가 투자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가상화폐 투자로 ‘대박’을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을 ‘투기’ ‘도박’ ‘비이성적’ 등의 용어로 매도하면서 두들겨 뭉개려고만 하는 정부에 엄청난 증오심까지 가지게 만들었다.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층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2000년 이후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하루가 괴로운데, 가장 공정하리라 믿었던 ‘신의 직장’ 공기업마저 채용부정으로 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고, 정부 규제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를 미리 팔아 이익을 챙긴 담당공무원의 일탈, 남북단일팀이 ‘메달 밖’이라며 희생을 강요한 우리선수들을 젊은이들은 자신과 동일시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더구나 결혼도 강남의 집도, 국민소득 3만 달러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현실 등은 기회의 공정성 논란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들은 이 사회에 ‘공정과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운으로 결정 날 수도 있는 가상화폐가 더 공정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결국 청년들의 집단 반발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며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빼앗지 말라’고 하고 있다. 유일한 탈출구이고, 하나 남은 계층이동의 수단이고, 잘살 수 있다는 꿈이라 믿기에 더욱 열광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한 젊은이들의 절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 주었는가 자성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모든 것에는 젊은 층 다수가 휩쓸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광풍 안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으며, 이를 변화와 도전을 위한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면 엄청난 변천의 역사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가상화폐 광풍 속에서는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기 어렵다. 자산이 보장되는 금융회사와 달리 가상화폐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하루 20~30%씩 출렁거리는 초 위험 투자의 부작용은 바로 한 국가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 일본에서는 5700억 원이 해킹당하고 ‘역 김치 프라임’에다 20대 투자자의 자살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글로벌 시대의 각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해 벌리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크고 넓은 판을 젊은이들에게 깔아 주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꿈을 가진 사람은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희망,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용기와 패기를 갖춘 청년의 반란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길명(전 하동교육청 교육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