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8 (596)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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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이던 양지는 고종오빠의 손자 이야기를 했다.

“아이구 두야. 지금 그럼 수연이 옆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거네? 오빠도 언니도 몰래 감쪽같이. 도대체 이유가 뭔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니가 주영이가 보고 싶다고 울부짖던 것과 같이 쟤들도 격한 감정이 가라앉으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는 중인데 모르겠어,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하긴 연애 할 때는 그리 예쁘게 보이던 것들이 결혼해서 한 집에 사는 순간부터 시빗거리가 되니까. 언니 니는 몰라서 그렇지 부부싸움이라는게 시시하고 아주 유치하게 별것 아닌 게 심각하게 커지는 거라. 그런데 운제까지 오빠 몰래 숨카놓고 있을래? 언니가 말 못하모 내가 밝힐까? 그래야 대책이라도 세울 거 아이가.”

“지금 당장은 안 되고 조카한테 먼저 전화를 해볼 셈인데 얼마나 바쁜지 연결이 잘 안 된다. 올케언니도 아직 쾌유 안됐는데 또 충격 받으면 안 될 거라서, 우선 막기는 해놨는데 날짜가 점점 길어지니까 걱정은 걱정이다.”

“언니 말대로 오빠한테 말하기 전에 영석이한테 먼저 물어봐. 아까 언니가 말했듯이 홧김에 저질러 놓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부들처럼 걔네들도 그럴지 몰라. 자식은 부모를 잊고 버려도 부모는 절대 안 그렇잖아.”

말하다 말고 양지를 와락 끌어안은 호남이 어린애 어르듯이 양지를 얼렀다.

“아이구, 이 작은 몸뚱이 속에 얼매나 큰 드므가 들었는지 좀 보자. 마당물이다 마당물.”

그러더니 또 확 밀어내면서 쫑알거렸다.

“우찌 그리 아무 내색도 없이 지냈노. 언니 니는 참말로 모질고 독하다. 무섭다 못해 징그럽다.”

“누구도 그러더라. 나보고 괴물이라꼬.”

자조하는 양지에게 미안했던지 호남이 재빨리 정정을 했다.

“아이다. 작지만 큰 사람. 일내고 말 사람. 그게 내 언니 최 쾌남, 아니 최 양지다. 고맙고 대단하다 싶어서 그런 거다. 보자, 아부지 엄마가 우리보다 뭔 특별한 재료로 맹글었는지 조사를 함 해보자.”

점검하듯 지분지분 양지의 전신을 더듬는 호남의 힘에 눌려 양지는 옆으로 넘어졌고 넘어진 양지의 겨드랑을 호남이 간질이는 바람에 마주 엉켜서 개글개글 웃고 있는데 귀남이 들어왔다.

“나만 빼놓고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샘나는 눈빛으로 흘겨보는 귀남을 피해 호남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

“간다, 간다.”

호남은 달아나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다시 하자는 싸인을 귀남이 몰래 날렸다.

그 며칠 후 가까스로 조카 영석과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학회 일 때문에 지금 공항으로 출국 준비 중이라고 덧붙이는 말처럼 빠른 분위기가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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