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지방분권 개헌의 실상(實想)과 허상(虛想)
이원섭(객원논설위원 경남과기대 연구교수)
[경일시론]지방분권 개헌의 실상(實想)과 허상(虛想)
이원섭(객원논설위원 경남과기대 연구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8.03.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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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 정부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지방분권 개헌이 중요한 것은 개헌을 통해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만 하는 까닭이다.

지방분권의 기초는 그 도시나 지역의 경쟁력이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발휘함과 함께 지역 간 상호 보완을 통한 국가사회의 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음이다.

오늘 지방분권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훨씬 넘어도 답보 상태인 것은 지방분권과 관련된 법률 및 시행령이 중앙관료의 입맛에 맞게 제·개정됐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개헌에 매달리는 것도 ‘2할 자치’의 엄혹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함과 함께 헌법에 자치입법·자치행정·자치조직·자주재정 등 4대 지방자치권의 명문화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정부 명칭 개칭도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는 너도 나도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호소했던 정치권이 지금은 그들만의 셈법으로 가고 있다.

한국당은 현행 헌법에 이미 지방자치제가 선언돼 있고, 현재 법률에 2:8로 돼 있는 지방세 대 국세 구조를 4:6으로만 바꿔도 지방자치 재정권이 확보된다고 말은 쉽게 한다. 법률만 바꾸면 얼마든지 지방자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데 이 정부에서는 헌법이 안 바뀌어서 지방자치를 못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을 벗어나는 조례와 규칙의 제정 한계를 헌법 개정 없는 ‘자치입법권’이 가능한 일인지를 묻고 싶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논하면서 균형발전을 내세운다. 이것은 틀렸다. 지역의 균형은 중앙정부 만이 할 수 있다. 중앙집권제도 하에서만이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정부 입장에선 자유를 더 많이 가지지만, 반대로 중앙정부는 균형이란 정책목표를 달성할 재원을 지방으로 모두 이전했음으로 균형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논하면서 지방 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 도시화 등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거점개발(1970년대), 분산형거점개발(1980년대), 다핵개발방식(1990년대), 국가균형발전정책(2000년대)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수 없이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수도권 집중도와 지역 불균등은 오히려 심화 됐다. 특히 좋은 일자리, 문화 서비스, 생활 편의시설 등의 질적 격차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개헌의 필요성이고 본질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우리가 일명 ‘선진국’으로 부르는 나라들의 경우 수도가 어디인지 생각해 볼 정도로 각 지방 도시의 기능이 특화 돼 있다. 독일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유럽의 관문이라 불리는 금융도시는 프랑크푸르트이고, 경제의 중심지는 뮌헨, 문화와 예술의 도시는 라이프치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서울 외에 딱히 떠오르는 도시가 없다는 것이 지방분권의 문제이다. 지방분권이 된다면 지방정부의 방만 행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와 부정부패, 지방의회의 역량 부족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지방분권의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분명히 직시해야만 한다.
 
이원섭(객원논설위원 경남과기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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