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엄마 생각
달그락 달그락
식구들 밥상 맛깔나게
뚝딱 차려 내던
엄마의 전천후 비밀 병기
-김종태
70~80년대를 추억해 보면 ‘그릇 같은 것을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의 벽 중턱에 가로 드린 선반’을 살강이라고 한 것 같다. 엄마는 그랬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무슨 각오라도 한 듯 두 팔 걷어붙이고 부엌에 들어서기만 하면 두레밥상 한 가득 쯤은 문제도 아니셨다. 시집 안 간 고모 삼촌에 이웃 사람들 숟가락까지 얹어 평생 몇 번의 밥상을 차려낸 것일까. 반들거리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묻어있는 정겨운 달그락을 보라!
엄마는 그랬다. 살강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두서너 장 벽돌 같은 사람이었다. 송송 파를 쓴 구수한 된장 속에 우리의 추억을 끓이고 또 끓이셨던 것이다. 엎어놓은 그릇 아래 엄마의 비밀스러운 동전통도 있었는데, 간혹 몇 개의 동전이 말없이 사라져도 모른 척 눈감아 주시던 엄마였는데…. 엄마가 생각난다./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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