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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박물관 편지[5]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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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9  0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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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우리츠하위스(좌)와 비넨호프(우)의 전경.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남짓 달리면 네덜란드의 정치, 경제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 헤이그(The Hague)에 도착한다. 헤이그가 한국인들에게 암스테르담보다 더 익숙한 이유는 역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헤이그특사의 영향일 것이다.

특사로 파견 되었던 이준, 이상설, 이위종은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 각국에 알리고 싶어 했으나, 끝내 실패하였고 이후 이준 열사는 이 곳에서 외교 활동을 벌이다가 순국하였다. 헤이그역에서 그리 멀리 않은 낡은 건물에 우리나라 태극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이 준 열사 기념관이다. 타국에서 외로이 흔들리고 있는 태극기를 보고 있으니, 마음 속에 꽁꽁 감춰 두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듯하다.

이 곳은 최근 확장 재개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이준 열사의 숨결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방문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바른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아름다운 외관과 800여 점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네덜란드의 ‘보석상자’ 라 불리는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는 비넨호프(Binnenhof)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비넨호프는 수세기 동안 네덜란드의 정치중심이 되었던 건물로 네덜란드 총리 집무실이 위치해있고 수 많은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이준 열사를 비롯한 헤이그특사가 끝내 참석하지 못했던 만국평화회의도 이 곳에서 개최되었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The Anatomy Lesson of Dr. Nicolaes Tulp)’.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마우리츠하위스(상))’ 만큼이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작품은 단연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The Anatomy Lesson of Dr. Nicolaes Tulp)’이다.

‘야경(The Nightwatch)’을 그려낸 거장 렘브란트(Rembrandt.V.R·1606~1669)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시체를 둘러싸고 있는 7명의 사람들과 툴프박사. 박사는 학생들에게 팔의 근육 조직을 설명하고 있고,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과 자세로 청강하고 있다. 빛과 어둠을 그 어떤 화가보다도 잘 활용했던 렘브란트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그 능력을 한껏 발휘했다. 대부분의 밝은 부분은 시체를 향해 집중 되어 있고, 청강생들의 얼굴과 툴프 박사의 손 역시 밝게 표현되어있다. 또, 박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박사를 마주 하도록 배치함으로써 이 그림이 수업 혹은 강의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나타낸다.

이 그림은 마우리츠하위스 안에 있는 모든 그림들과 비교하더라도 소장품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풍경화, 정물과, 성서화 와 다른 장르임은 물론 이거니와 소재 또한 매우 특이하다. 시체를 가운데 두고 수업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표정, 그 표정에서 묻어나오는 배움의 열기. 한발자국 더 가까이에서 그림을 보니 이 수업에 참여 하고 있는 여덟 번째 학생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시체를 가로 막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효과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그림이 해부학 수업을 하는 툴프 박사를 비롯하여 7명의 학생들을 위한 단체 초상화라는 것이다. 툴프 박사가 중심이었던 외과의사 길드는 그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고 싶어 했고, 당시 26살이던 렘브란트에게 그들의 초상화를 위촉하였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단체초상화가 유행했는데, 렘브란트는 ‘야경’을 완성하기 10여 년 전 이 그림을 자신이 그린 단체초상화의 첫 작품으로 성공시키며 또 다른 명화의 탄생을 미리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니콜라스 툴프(Nicolaas Tulp, 1593~1674).
   
시체의 배꼽에 나타나있는 렘브란트의 첫 이니셜 ‘R’.

해부학 강의를 하고 있는 툴프 박사는 네덜란드 출신의 외과의사로 1628년부터 1653년까지 암스테르담 외과의사 길드의 해부학 강의를 맡았고, 암스테르담 시장 직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툴프 박사가 외과 의사로 활동하던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해부학강의가 하나의 사회적 행사로 여겨졌고 1년에 한차례씩 학생 및 일반대중들에게 강의료를 받고 수업을 공개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수업에 쓰이는 시체는 처형된 범죄자여야 했는데, 그림 속에 있는 시체 역시 무장 강도로 유죄판결을 받은 후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였다. 시체의 얼굴은 렘브란트만의 특유기법으로 음영처리 되어 죽은 사람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또, 시체의 배꼽은 알파벳 ‘R’의 형태로 표현되었는데, 렘브란트는 작품에 새겨 넣을 자신만의 서명을 만들기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본 것으로 미술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소재, 구조, 표현방식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그림이지만,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은 오류가 있고, 렘브란트가 실제 수업장면을 참관하여 그려낸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그림 속에 들어있다. 해부학에서는 빨리 부패가 되는 내부 장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상반신부터 먼저 절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그림에서는 팔 부분만 절개되어져 있다. 또한 해부에 쓰이는 다른 도구들이 그림에 나타나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툴프 박사가 해부수업을 직접 준비하지 않았고, 시체를 절개하고 수습하는 일을 다른 누군가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놓여진 책은 당대 해부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었던 벨기에의 해부학자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1514~1564)의 저서 ‘사람 몸 구조에 관하여(De humani corporis fabric)’로 ‘암스테르담의 베살리우스’로 불렸던 툴프 박사의 명성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거장이 남겨놓은 이 그림 한 폭은 화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색, 구도,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역사를 경험 할 수 있게 해주는 비밀의 문과 같은 존재다. 그림 한 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힘들지 않은 이유는 미술관으로 향할 때의 그 설레임. 마침내 그림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신비감, 웅장함, 평온함 등 형언할 수 없는 수십 가지 감정이 여정의 피로를 싹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와 걷기 좋은날, 가까운 미술관에 가보는 건 어떨까?


주소: Plein29, 2511CS, Den Haag 네덜란드
운영시간: 월-일 10:00-18:00
홈페이지: http://www.mauritshuis.nl/
입장료: 성인 15.5유로, 19세 이하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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