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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야당이 한심하다
김중위 (전 고려대 초빙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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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1  15: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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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누가 뭐라 해도 야당의 것이다. 여당은 집권당이기에 국회에서 정부정책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사전에 심의하거나 조율하는 과정이 내부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그렇지 않다. 야당의 세밀한 비판적 검토가 없는 국회라면 그건 국회도 아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해 야당이 갖는 책무는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 보면 야당이 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도 많지가 않다. 입법의 기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를 흔히 말해 입법부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국회가 입법을 하면 얼마나 할 것인가!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의원 입법이라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이송해 오는 법안을 심의하는 것이 고작이다. 정부로부터 이송되어온 법안의 심의가 주이기 때문에 야당의 역할이 자못 중요함에도 실제는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법안의 경우에는 야당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건성으로 심의하기가 일쑤다. 바쁜 정치일정 속에서 그 수많은 법안을 일일이 검토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을 들어 판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말하자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간다는 얘기다. 그러니 국회의 입법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 수 있다. 말이 입법부이지 통법부나 마찬가지다.

국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 중에 두드러지는 것은 예산심의권이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안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국회가 심의할 수 있는 부분은 참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공무원이나 군인의 월급같은 경직성 예산이나 계속사업비나 법정사업예산, 국제협약에 따른 분담금 같은 것은 처음부터 심의대상도 되지 않는다. 국회가 심의할 수 있는 예산은 고작해야 대략 전체예산의 30%도 안되는 투자예산뿐이다.

이 투자부문도 어떤 경우는 수년간에 걸친 연구용역의 결과로 나온 경우가 많아 그 규모의 크고 적음과 액수의 다과를 국회의원 개개인이 가늠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파킨슨의 법칙>이 나오게 된 연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예산 액수와 심의시간은 반비례한다”는 법칙 말이다.

언뜻 들으면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여간 정확한 법칙이 아니다. 수천억이나 조(兆)단위로 나가는 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런 정도의 예산이라면 정부에서도 연구용역을 통해 상당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연구해온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런 예산을 국회의원이 책상에 앉아서 관·항·목 모두를 분석하여 그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억 또는 수십억정도의 예산사업은 개별국회의원이 판단하기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 심의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국회의원의 예산심의권이라는 것도 실제는 대략 전체예산의 20%정도에 국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역할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인가?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입법권도 예산심의권도 허울뿐이라면 국회가 가지고 있는 대정부 견제권중에서 남아 있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이 바로 국정감사권이나 조사권이다.

국회의 국정감사권이나 조사권에는 별다른 한계가 없다. 야당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정권을 뒤바꿔 놓을 만한 비리를 들춰 낼 수도 있고 왜곡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도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야당이 4개씩이나 있으면서 눈만 뜨면 적폐청산을 한다고 사람 잡아 가두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국정조사 한 번 하자고 대드는 야당 하나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정치가 발전해 갈 것인가! 야당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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