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대학 신입생과 나누고 싶은 대화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아침논단]대학 신입생과 나누고 싶은 대화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3.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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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학 입학식을 하던 날 날씨는 맑고 따뜻했다. 학부생 3290여 명과 대학원생 등 모두 4100여 명이 희망찬 꿈을 안고 대학 교정에 섰다. 그들의 맑은 눈빛과 밝은 얼굴 사이로 학생 한 명 한 명이 걸어온 결코 쉽지 않았던 길이 보였다. 부모님과 친척들의 귀한 사랑을 받으며,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의 엄한 가르침을 받으며 마침내 대학의 문에 들어선 학생들이 걸어갈 앞날도 보였다. 해주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고 듣고 싶은 말도 많았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은 어떤 존재일까. 비로소 자신이 걸어갈 앞날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주체적으로 시작하는 다 큰 학생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삶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성인이다. 대학과 학과를 스스로 선택했듯이 이제 앞으로 헤쳐나갈 대학생활도, 이후 사회생활도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실천하며 그에 따르는 책임마저 자신이 져야 한다. 그 연습을 대학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감지한 신입생들의 다소 긴장한 표정이 오히려 대견해 보였다.

우리 신입생들이 살아가야 할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학생들은 창의적인 생각으로 학문을 함으로써 전문성과 인격을 갖춰야 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이웃의 행복과 불행에 공감하는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 그런 한편 지성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다 크고 넓은 시각으로 사회와 역사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먼 미래의 인류의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대학에서의 공부는 교수님들과 함께 토론하고 때로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펼쳐놓고 아이디어의 발전 가능성과 개선점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자각, 안목, 지혜를 대학에서 배우고 깨쳐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그룹 ‘다음소프트’에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청년과 관련한 빅데이터 단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꿈’과 ‘인생’이라는 단어는 언급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그 대신 ‘공무원’과 ‘대기업’이라는 단어는 언급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KBS ‘명견만리’에서는 “지금 청년들은 공무원과 대기업이라는 두 가지 답만 찾으면서 꿈도 인생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회의적으로 질문하고 있다.

대학 총장으로서 학생들에게 공무원과 대기업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대학생들이 자신의 원래 꿈을 접고 인생도 포기하면서 오로지 안정적인 일자리, 많은 월급만 좇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독서, 국내외 봉사활동과 같은 비교과적 활동을 졸업 필수 요소로 설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약육강식과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응급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재학생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

모든 대학 신입생들에게 시의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그대는 무슨 일을 남기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느냐? 그대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경상대 교훈 ‘개척’을 풀어 쓴 ‘개척의 시’ 한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나가고 세계 시민과 호흡하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이웃과 소통하려는 이 시대 모든 젊은이들에게, 특히 대학 신입생에게 던져주고 싶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가길 바란다. 대학은, 꿈과 인생을 찾아 도서관, 강의실, 실험실, 봉사의 현장, 역사와 사회의 현장을 찾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이끌어 줄 것이다. 모든 대학 신입생의 앞날이 맑고 따뜻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상경(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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