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헌법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
전점석(창원 YMCA 명예총장)
[경일포럼]헌법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
전점석(창원 YMCA 명예총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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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5일, 방송인 김제동은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성주를 찾아서 군청에서 열린 24일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였다. 그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뜻은 함께 쌀을 나누어 먹는 나라”며 “사람들이 함께 밥을 나누어 먹지 못하고 아스팔트에 앉아있게 만든다면 그것은 헌법 1조 1항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만 있고 대통령 등 정부기관은 그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말할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성주에 대해서 외부인이란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등록증이 대한민국으로 되어 있는 주권자들은 누구든지 한반도에 배치되는 무기체계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며 “성주에서 외부세력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드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11월 12일, 김제동은 광화문 광장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헌법 1조부터 30조까지 줄줄 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리 헌법 84조에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것을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즉, 이 말은 대통령이 내란과 외란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백성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 시민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이 내란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김제동은 헌법 조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대통령이 어떤 점에서 헌법을 위반했는지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유린하고, 한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게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고 했다. 이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김제동의 말에 호응했다. 헌법노래도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이 불렀다. 거리에 울려 퍼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노래였다.

방송인 김제동보다 훨씬 먼저 헌법에 관심가진 시인이 마산에 있었다. 무려 45년 전이었다. 1973년에 출간한 시인 이선관의 두 번째 시집인 『인간선언』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헌법 제일조’가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니깐./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래 ……/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그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 허긴 그래.

배대화 교수(경남대)는 몇 개의 낱말이 절묘하게 배치된 ‘헌법 제일조’는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는 신랄한 아이러니라고 하였다. ‘씨알의 소리’ 창간 2주년 기념호인 1972년 4월호에 실린 이 시는 유신전야에 이미 시체처럼 변해버린 민주공화국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가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작곡가 고승하는 1999년, 이 시에 곡을 붙여 멋진 노래를 만들었다.

2016년에 출판된 ‘지금 다시 헌법’이라는 책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부제이다. 최대한 쉬운 말과 간결한 문체로 누구나 헌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헌법 해설서이다.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시민의 자발적인 노력은 권력자가 법질서를 강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를 나무라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두가 공평한 나라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지 맘대로 하는 권력자에게 지켜야 할 원칙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요즘 개헌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이다. 이번 기회에 지방분권과 통일 그리고 직접민주주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
 
전점석(창원 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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