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5>욕지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5>욕지도
  • 경남일보
  • 승인 2018.03.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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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리칸 바위 쪽에서 바라본 절경.

◇지상 낙원의 섬, 욕지도

섬 이름을 되뇌어보면 그 이름들이 무척 예쁘다. 사량도, 비진도, 두미도, 매물도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그런데 욕지도란 이름은 어딘가 모르게 설렘보다는 왜 이름이 ‘욕지도’일까하는 궁금증이 먼저 든다. 통영시에서 발간한 욕지도관광안내서에는 욕지도(欲知島)를 ‘알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고 소개해 놓았다. 욕지도의 한자 표기를 그대로 해석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욕지도는 한자 그대로의 의미 이상의 깊고 오묘한 뜻을 가지고 있다. 욕지라는 말은 화엄경의 한 구절인 ‘欲知蓮花藏頭眉問於世尊(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에서 유래했다. ‘연화(극락)세계를 알고자 하는가? 그 처음과 끝을 부처님(세존)께 여쭈어보라’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통영시 욕지면에 딸린 욕지도, 연화도, 두미도와 남해군에 딸린 세존도는 ‘연화세계, 즉 지상낙원처럼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섬’이란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욕지도 이름이 지닌 속뜻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가장 이상적인 섬’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연화세계이자 지상낙원을 만나기 위해 국민체력센터(원장 이준기) 명품 걷기 클럽인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욕지도 힐링여행을 떠났다.

통영 삼덕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50분쯤 뒤 욕지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야포로 이동해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산행 초입부터 몹시 가팔랐다. 몇 걸음을 떼지 않았는데도 탐방객들은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힘이 겨워 서로가 주고받는 대화마저 끊길 무렵, 앞서 가던 여성 한 분이 탄성을 질렀다. 길섶에 앙증스럽게 핀 노루귀가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었다. 하얀 노루귀와 분홍 노루귀 꽃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일행들 모두가 봄꽃처럼 아름다운 한 숭어리 꽃이 되어 있었다.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가자 일출봉에 닿았다. 망대봉까지 능선을 따라 잘 조성해 놓은 숲길을 걸으면서 아름답게 펼쳐진 바다와 섬들을 감상하는 여유를 누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 별천지로 건너가는 출렁다리.


◇출렁다리 너머 비경이 만든 지상낙원

일정이 빡빡해서 오후 산행을 서둘렀다. 젯고닥 전망대에서 출렁다리와 펠리칸바위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갔다. 뭍에서의 길은 주로 마을과 마을을 잇거나 산을 향해 있는데, 욕지도의 길은 모두가 바다에 닿아 있다. 펠리칸바위로 건너는 출렁다리는 지나가는 사람이 조금만 흔들어도 심하게 출렁거렸다.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도착한 펠리칸바위, 확 트인 바다와 촛대바위 쪽으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신이 빚어놓은 비경이다. 통영8경의 하나인 연화도 용머리바위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장관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처럼 아름다운 비경을 두고 지상낙원이란 의미인 ‘욕지도’란 이름을 붙였나 보다. 탐방객들은 넋을 잃고 해식애(海蝕崖)를 바라보았다. 수천수만의 조각가들의 힘으로도 빚을 수 없는 길게 뻗은 해식애,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에 의해 절경이 빚어졌다고 생각하니 자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다와 해식애의 비경에 빠져 있다 보니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다.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천황산 사자바위에 가기로 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야포-일출봉-망대봉-지중해펜션-젯고닥 전망대-출렁다리-펠리칸바위-고래강정-개미목-혼곡-욕지항 선착장으로 가기로 했다. 필자는 지난해에 새에덴동산과 천황산 사자바위를 다녀왔기에 오늘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다소 덜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 물거품을 내뿜는다는 고래강정.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해안가 절벽길을 걸어가다 뒤돌아보니 조금 전에 우리가 갔던 바위 이름을 왜 펠리칸바위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펠리칸 한 마리가 둥지 속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있는 형상이었다. 지형에 꼭 맞게 붙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자꾸만 탐방객들을 붙들었지만 배 시간에 쫒긴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벼랑길을 따라 걸어가니 고래강정이란 안내판이 있었다. 바다쪽으로 난 좁고 깊은 골짜기였다. 강정이란 바위벼랑 끝이란 뜻으로 벼랑에 파도가 치면서 만들어내는 포말이 흡사 고래가 숨을 쉴 때 흰 물줄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고래강정이라 부른다고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기다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탐방객들의 얼굴에 때 이른 봄꽃들을 활짝 피워 놓았다.
 

▲ 고구마를 캔 자리에 알몸을 드러낸 비탈밭.


◇풍족한 먹거리가 만든 지상낙원

아쉽게도 천황산으로 가는 걸 접어두고 혼곡에서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섬 뒤쪽에 숨어있는 비경만큼이나 욕지도를 지상낙원으로 만들어준 소중한 자산을 또 하나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비탈밭이다. 경사진 산비탈을 모두 밭으로 일구어 놓았다. 이 비탈밭의 토질이 마사가 섞인 황토라서 물 빠짐이 좋아 고구마 생육에 알맞고, 해풍과 햇살 등의 기후 조건이 이곳의 고구마 맛과 영양을 뛰어나게 해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욕지도 고구마’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고구마를 썰어 말려서 만든 빼떼기죽과 고구마막걸리 또한 욕지도의 명품 음식이다.

욕지도 앞바다에는 전국 양식장의 2/3를 차지할 만큼 고등어 양식장이 많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서 계속 도는 습성을 가졌는데, 사각형의 가두리에서는 회유를 하다 모서리에 부딪쳐 죽기 때문에 고등어 가두리 양식장은 모두 원형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봐도 오륜기처럼 생긴 고등어양식장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고등어뿐만 아니라 욕지도 인근 바다는 어족이 풍부해서 섬 주민들은 먹거리 걱정없이 살아왔다고 한다. 비경과 더불어 풍족한 먹거리 또한 욕지도를 지상낙원으로 불리게 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최씨 모녀가 만들고 있는 새에덴동산.


그리고 유동 마을에는 최숙자 할머니가 암 판정을 받은 딸과 함께 낙원을 꿈꾸며 만들고 있는 새에덴동산이 있다. 들어가는 입구의 남근석담이 매우 이채롭다. 욕심없이 살아가는 두 분이 지상낙원인 욕지도 속 새에덴동산을 건설하는 모습이 거룩하게 보였다. 아름다운 비경과 풍족한 먹거리 등 지상낙원으로서의 충분조건을 갖춘 욕지도, 낙원 속에 머물다 가는 한나절의 시간이 너무 짧아 무척 아쉬웠다. 욕지도를 떠나는 배가 내 마음을 읽은 듯 깊고 긴 뱃고동소리를 낸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바다로 열린 길을 따라 걷는 탐방객들.
해군기지가 있는 천황산 정상의 사자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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