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191>고흥 마복산
명산 플러스 <191>고흥 마복산
  • 최창민
  • 승인 2018.03.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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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와 어울려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기암절경
 


‘꽃보다 아름다운 기암절경’, 고흥군에서 마복산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바위가 꽃보다 아름답다면 금강산 만물상이나 설악산 공룡능, 울산바위를 떠올리게 되고 가깝게는 석화성의 절정이라는 우리고장의 가야산을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버금가는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마복산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산 정상에서 여러 갈래로 흘러내린 지릉마다 바위꽃이 활짝 피어 있다.


바위꽃은 거북이, 물개, 스핑크스, 투구바위, 조선바위, 왕바위, 신선대, 장군석, 성곽바위, 수문장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이 몽글몽글 꽃을 피운듯하다. 어떤 것은 기둥처럼 곧추 선곳도 있고 어떤 것은 드러누운 것도 있다. 실제 금강산이나 설악산 천주산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이 산을 ‘소개골산(小皆骨山)’이라고 별칭한다.

마복산(539m)은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 산에 기암절경은 ‘고흥 8경’에 속한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남성리, 옥강리 일원에 걸쳐있다.

또 다른 매력은 원근의 다도해와 내륙의 드넓은 황금들판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 바다 쪽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시호도, 금오도 등 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은 남해안 최고의 일출로 꼽힌다. ‘고흥의 아침’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해넘이도 마찬가지이다.

내륙 쪽으로는 고흥의 명산 팔영산, 천등산, 운암산이 차례대로 조망된다. 정상에는 봉화대가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등산로:내산마을 마복산등산로주차장→향로봉→마복사→암릉→정상(봉수대)→해재→마복송→외산마을 방향 임도 갈림길→내산마을 마복산등산로주차장.


내비게이션에 ‘마복산 등산로 주차장’이라고 치면 전국 어디서도 산 입구에 데려다준다. 고흥군 포두면과 흥양농협 주유소 200m를 지나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다. 30여대정도 주차할만한 공간이고 산 쪽 가장자리에 등산안내판, 그 옆에 등산로가 열려 있다.

오전 10시, 산으로 들어서서 임도를 만나고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가다보면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든다. 김씨묘지군에서 오른쪽 우람한 바위군이 향로봉이다. 향로봉에선 바다를 막아 간척한 거대한 평야를 볼 수 있다. 정상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반환해 김씨묘지군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등성이 하나를 넘었을까. 갑자기 산길이 없어지고 임도와 개활지가 나타난다. 서너마리의 개가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짖어댄다. 강렬한 이빨을 드러내는 카리스마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마복사 앞마당에 둘러앉아 잠시 휴식한 뒤 등산로를 따르는데 신도 몇 분이 큰 벼랑 앞 우물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예를 표하는 곳이 벼랑인지 샘인지 알 수 없으나 절을 다하기를 기다렸다가 지나면서 드는 생각이 새해를 맞아 생명수가 돼준 샘에 감사표시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샤머니즘을 떠나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선인들의 모습이 지금까지 투영된 것이었다.

산의 형상이 조금씩 드러난다. 오른쪽 능선에 아침 햇살을 받은 기묘한 바위의 실루엣이. 왼쪽 산허리 바위무더기는 마치 동물들이 꾸물거리며 산으로 기어 올라가는 형상이다.

배낭을 메고 좁은 바위틈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르자니 몸이 끼어 진땀을 빼야 한다. ‘추락위험’ 안내판이 있는 벼랑길은 바닥이 고르지 않은데다 경사여서 로프에 의지해야 한다. 거칠고 힘들어도 지나칠 수 없는 풍광이 발길 눈길을 이끈다.

거북바위, 스핑크스바위라는 이름을 얻은 바위는 작위적이고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안내판을 세우고 등산로를 정비해놓은 고흥군의 배려가 고마웠다.


곧 서어나무군락지가 나온다. 서어나무는 다른 지역 나무보다 유난히 하얀빛이 많이 났는데 자작나무나 비목, 혹은 눈 속에 자라는 나무처럼 세련된 색감을 냈다. 이 산 8부 능선에는 바위군 외에도 서어나무 군락이 군데군데 형성돼 색다른 맛을 낸다.

오전 11시 35분, 한 고비를 넘어서 닿은 첫 봉우리는 정상 600m를 남겨둔 지점, 이정표에 ‘삼거리’로 표시돼 있다. 왼쪽길은 목재문화체험장으로 내려간다. 마복산으로 향하는 길은 고도를 낮췄다가 다시 치오른다. 하지만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봉우리는 사라지고 다시 200m를 더 진행해야 숨은 정상을 만날 수 있다. 등산을 하다보면 정상이라 생각하고 올랐던 곳이 정상이 아니고 그런 뒤에 두 세봉우리를 더 넘어야만 정상에 닿는 경험을 한다. 그럴 때면 산에 오른다는 것이 인생사와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낮 12시 10분께 마복산에 닿는다. 거대한 간척사업으로 곡장지대가 된 해창들과 그 너머 8개의 허연 암봉이 올록볼록한 또 다른 바위산 팔영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화대(烽火臺)는 거친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서 건축했다. 봉수대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밤에 불을 피워 올리는 것과 달리 낮에 하얀 연기를 올렸기 때문. 봉화대는 고려시대(1149년)부터 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복산이라는 지명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이 이곳 인근 항구에 상륙하려 했으나 동남쪽으로 누워 있는 마복산의 산세가 수천 마리의 군마처럼 보여 적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오판해 일시 퇴각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마북산(馬北山)이라고 불렀다.

오후 1시 10분, 점심겸 휴식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이 산이 자랑하는 남쪽 바다가 가슴에 안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해안선과 포구, 검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은 물오리와 거위떼가 헤엄치는 듯하고….

산 아래 남성리 남성마을은 하늘의 혜택을 받은 마을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들녘, 그 앞에 백사청송 해수욕장과 푸른 바다를 갖추고 있는 풍요로운 마을이다.


 

▲ 마복송

하산 길 중간쯤에 2m 높이의 야트막한 반송이 나타난다. 머리를 숙여 그 속을 들여다보면 소나무가지가 동아줄처럼 꼬여서 자란다. 마복송이라고 하는데 120년 수령을 가졌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지붕바위, 투구바위 등 조형성을 가진 바위가 차례대로 나타난다. 어느 순간 숲속을 빠져 나오면 갑자기 가슴이 탁 트이는 족구장크기의 암반과 맞닥뜨린다. 살짝만 건드려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흔들바위, 중무장한 병사바위, 마시면 똑똑해진다는 미미르샘 구덩이 등 천태만상의 바위가 각기 제모습을 뽐낸다. 맞은편에도 줄에 꿰어놓은 듯한 다양한 암릉이 보이는데 합천 모산재의 돛대바위와 이름이 같고 모양이 닮은 바위가 우뚝 서 있다. 암반을 돌아나와 우회해서 내려서면 해재에 닿는다. 이곳에선 임도를 따라 외산마을길을 따르면 된다. 이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금강산에서나 볼 수 있는 만물상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계군학(鷄群鶴)돛대바위다. 오후 2시 25분, 외산마을 내산마을 감림길과 이어지는 내산마을 마복사 갈림길을 지나 내산마을등산로주차장으로 회귀할 수 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기묘한 바위군

 
서어나무군락지
바위틈 소나무
좁은 등산로
gn20180302고흥마복산 (113)
흔들바위

 
마복산 중턱 암반지대에서 바라본 맞은편 돛대바위와 각종 동물형상들
남성마을
남쪽바다 조망이 좋은 하산길
남쪽바다 조망이 좋은 하산길
동물들이 산으로 기어오르는 듯한 형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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